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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

법성포에 다시 온다!

by 솔물새꽃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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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의 길은 기다림이요 쉼이요 꿈이요 희망임을 말없이 보여주는 포구의 어선들!
생애의 길은 기다림이요 쉼이요 꿈이요 희망임을 말없이 보여주는 포구의 어선들!

 

조기가 온다고, 보리가 익어간다고, 어서 봄이라고, 울음 우는 자연의 땅, 갈매기의 영토!
조기가 온다고, 보리가 익어간다고, 어서 봄이라고, 울음 우는 자연의 땅, 갈매기의 영토!

까윽~’ 까윽~’ 깍깍~ 까악~’ 까악~’

까아악~’ 까아악~’ 깍깍~ 꺽꺽~ 끄악~’ 끄악~’

 

갈매기 소리 붐비는 법성포!

잿빛 만삭의 뻘밭과 살구가 익듯 보리가 익듯이

누렇게 익어가는 곰삭아가는 법성포굴비의 향기!

 

법성포 하늘은 함박눈이 펄펄 날리듯 살구꽃 훨훨 날리듯

포구의 하늘을 휘돌아 오르는 갈매기 노래 은빛 그림자 자욱이 붐빈다.

 

칠산바다에서 불어오는 조기를 몰아오는 봄바람,

뻘밭에 누워 만선의 꿈을 기다리는 조기잡이 배들의 희망의 눈빛,

조기가 온다고 보리가 익어간다고 어서 봄이라고 울음 우는 갈매기의 영토, 법성포法聖浦!

(법성포구는 매일매일이 축제의 한마당이다, 봄의 완성을 위해 늘 깨어나고 있다.)

 

생애의 길이 한바탕 춤판이라면 법성포구의 상쇠잡이는 단연 갈매기네

갈매기의 탱글탱글한 호령과 포효하는 신바람이 만민을 살리는 힘이네

갈매기의 군무와 휘황한 노래의 물결과 아침저녁 타오르는 노을,

포구의 아침을 깨우고 하루의 문을 닫는 갈매기 소리,

만삭의 젖가슴을 감싸 안은 뻘밭의 향기,

어랑~’ 어랑~’ 어어랑~’ 어어디요~’ 어어디요~’

법성포구는 익어가고 곰삭아가는 소리와 냄새와 풍미로 풍년가 흐른다.

 

법성포 굴비의 거리는 해가 지면 어스름이 일찍 찾아온다!
법성포 굴비의 거리는 해가 지면 어스름이 일찍 찾아온다!
법성포의 하루는 또 어디로 갈까, 그 많은 갈매기는 어디서 밤을 덮고 잘까!
법성포의 하루는 또 어디로 갈까, 그 많은 갈매기는 어디서 밤을 덮고 잘까!

법성포 굴비의 거리는 해가 지면 어스름이 일찍 찾아온다. 그 많은 갈매기는 둥지로 돌아가고, 종일 맨몸을 내밀어 봄 햇살과 봄바람을 쏘인 뻘밭도 안식의 밤을 덮고 잠든다. 별빛 은빛 쏟아지는 봄밤의 품에 안겨 봄바람 타고 숨차게 달려올 조기를 꿈꿀 것이다.

뻘밭 속 익어가는 바다 냄새와 갈매기들의 흥겨운 군무와 노래, 봄바람 살랑거리는 살구꽃 향기에 사근사근 곰삭아가는 법성포 덕장의 영광굴비! (조기가 익으면 굴비가 되고, 명태가 익으면 북어가 된다고 한다.)

 

남도 풍류 정신(풍취, 흥취, 선풍, 선취, 남도 풍)의 원류를 황토밭과 뻘밭이라고, 나는 어디서고 나름대로 말하여 왔다. 남도 촉기의 태반은 간간하고 끈끈한 뻘밭과 이글이글 타오르는 뜨거운 황토밭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태고의 터전에서 은근과 끈기의 뿌리 정신이 배태되고 움이 돋아 순결한 남도의 기상으로 도도히 남도 산하와 언덕을 넘어왔다고 믿는 것이다.

 

겨울 농작물(인동忍冬작물)을 품고 지켜낸 황토, 온 겨울을 노지 허허벌판에서 고스란히 견디어낸 파와 마늘과 보리와 시금치와 장다리와 봄동 등이 남도 황토의 품에서 모진 목숨의 끈을 지켜낸 것들이 아닌가, 황토밭에서 자란 곡물과 채소 양파 마늘 콩 깨 고추 등이 아니면 어떻게 남도 풍류(남도의 소리, 남도의 멋, 남도의 맛 ‘개미’, 남도의 가락, 남도의 흥취)의 멋을 지켜낼 수 있었으랴,

 

저 황토밭은 남도의 맛 '개미'를 지키고 가꾸어낸 산실이다!
저 황토밭은 남도의 맛 '개미'를 지키고 가꾸어낸 산실이다!

다시 보아라, 뻘밭은 또 어떠한가, 서남해안의 뻘밭은 간간하고 끈끈하고 깊디깊어서 가는데 마다 어족이 풍성하고 그 어족과 해산물의 맛이 깊고 옹골찬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다양한 바닷장어와 바지락류와 돔류와 뻘낙지 등, 뻘밭에서 잘 자라는 플랑크톤과 해조류와 풍부한 미생물, 그리고 뻘밭에서 풍성한 양분을 섭취하며 자란 어족들과 오랫동안 삭히고 기다리며 곰삭은 젓갈, 소금과 해풍과 햇살에 말린 건어물과 녹색 해초들이 남도 맛의 대명사 개미를 낳은 그 원류요 그 뿌리요 그 시원이 아닐까, ( 개미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말이다.)

 

개미’, 남도의 맛은 개미! 곰곰 생각해 보라,, 남도 맛의 개미는 황토밭과 뻘밭이 그 근본 근원이다, ‘개미의 뿌리이다, 육지의 황토밭과 바다의 뻘밭이 남도 개미의 원류다, 어찌 황토와 뻘밭을 짓밟을 수 있으랴, 그 어느 놈이 황토밭과 뻘밭 앞에서 함부로 큰소리치랴, 그 어떤 힘센 자가 눈앞의 탐욕에 눈이 어두워 황토밭과 뻘밭을 지켜온 만민의 가슴을 깔아뭉개랴,

 

참 놀라운 자연의 섭리이다. 영광에는 조기가 있는데 동해 포항에는 조기가 없다. (물론 그곳은 명태가 있다.) 한류와 난류의 흐름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환경은 사람의 성정과 풍류와 문화를 이루는 절대적 조건이 된다. 어찌 자연의 흐름을 인간의 머리를 믿고 함부로 훼손할 일인가,

 

그 어떤 힘센 자가 눈앞의 탐욕에 눈이 어두워 황토밭과 뻘밭을 지켜온 만민의 가슴을 깔아뭉게랴,
그 어떤 힘센 자가 눈앞의 탐욕에 눈이 어두워 황토밭과 뻘밭을 지켜온 만민의 가슴을 깔아뭉게랴,

신토불이身土不二라 하지 않는가,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결코 멀어질 수 없는 목숨이다. 영광 법성포 칠산바다의 파시는 철쭉이 필 때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서남해안 염산 법성포 칠산바다는 보리가 패고 익기 시작하면 조기철이 들고, 그래서 봄바람이 불어올 때 조기도 온다고 한다. 조기가 봄바람을 몰아오는지 봄바람이 조기를 몰아오는지 모를 일이다. 자연의 흐름은 어느 것 하나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지 않은 것이 없을진대, 이 깊은 자연의 길을 봄바람에게 물어보랴, 조기에게 물어보랴, 갈매기에게 물어보랴,

 

법성포 거리는 옛날처럼 그 명성이 화려하지 않지만 작은 소읍이면서도 영광읍내 못지않은 인구와 다양한 시설물이 들어서 있다. 거기에다 영광 모시떡을 특화한 상품들이 세인의 구미에 닿아 법성포의 이름값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퍽 다행이라는 생각 한다..

 

해거름 백수해안길 노을의 장관은 아직도 사라질 줄 모르고 눈앞에서 타오른다. 마음에 붉은 흥취를 연신 부추긴다. 법성포 보리굴비정식 밥상을 받고 한자리에 모인 벗들의 얼굴에도 연분홍 달무리가 떴다.

 

어랑~ 어랑~ 어어여~, 어어여~ 어랑~ 어랑~,

 

백수해안길은 언제고 아늑한 쉼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이다, 차별하지 않는 공평한 기다림이다!
백수해안길은 언제고 아늑한 쉼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사랑이다, 차별하지 않는 공평한 기다림이다!
어스름한 노을이 내리기를 기다리며 해풍에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는 그 맛은, 이 백수해안길이 아니면 알 수 없다!
어스름한 노을이 내리기를 기다리며 해풍에 식어가는 커피를 마시는 그 맛은, 이 백수해안길이 아니면 알 수 없다!

흥겨운 만남이 노을처럼 살구꽃처럼 갈매기의 울음 우는 마음처럼 내내 타오를 즈음, 칠흑의 칠산바다와 가마미와 염산바다에서 불어온 해풍을 쐬니 별빛이 초롱초롱 품에 깃든다. 그 많던 갈매기는 어디로 다 날아갔을까, 어디서 뻘밭의 향기를 품고 잠들고 있을까,

 

저 갈매기의 순박한 눈빛을 보라, 당당한 발걸음을 보라, 우리의 길도 보이리라!
저 갈매기의 순박한 눈빛을 보라, 당당한 발걸음을 보라, 우리의 길도 보이리라!

 

법성포 - 김삼규

 

 

봄바람 불어오면 조기가 온다고

조기가 오면 바다에 봄꽃이 핀다고 하데

 

봄바람이 조기를 몰아오는지

조기가 봄바람을 몰아오는지

 

칠산바다의 갈매기는 알까

물때 기다리는 포구의 어선은 알고 있을까

뻘밭 깊은 속살을 스쳐오는 살구꽃 향기는 알까

 

법성포에 보리가 익으면

누런 보리 바람에 조기는 익어 굴비가 되고

해풍에 곰삭은 보리굴비 된다고

개미간간한 보리굴비가 되는 길이라고 하데

 

장구한 세월 남도 풍류 '과 ’멋‘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남도의 맛 '개미'

만삭의 뻘밭과 갈매기의 자진모리 소리와 눈물,

회동그란 봄의 눈망울에 비친 황톳빛 노을과 해풍이 원천이라고

법성포는 말하데, 법성포 뻘밭은 반짝이데,

 

법성포에 봄바람 불면 온다고

봄바람 불고 보리가 익으면 온다고

갈매기가 부르면 그 소리 따라 조기가 온다고

 

개미가 그리워 법성포에 다시 온다고 하데

 

낮아지고 낮아지길 바다는 기도한다... 함께 낮아지며, 마음 넓은 바다로 함께 살자고... 파도는 애원한다!
낮아지고 낮아지길 바다는 기도한다... 함께 낮아지며, 마음 넓은 바다로 함께 살자고... 파도는 애원한다!

20230504, 솔물새꽃의 영광 법성포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