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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

상춘지락, 남도의 봄을 소요유하다!

by 솔물새꽃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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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느림 구불구불 새소리 복사꽃 산도화 흐르는 길, 새움 피어나는 숲길은 봄으로 붐빈다!
느림느림 구불구불 새소리 복사꽃 산도화 흐르는 길, 새움 피어나는 숲길은 봄으로 붐빈다!

 

상춘지락賞春至樂, 남도의 봄을 소요유逍遙遊하다!

만물이 준동하는 봄날, 남도의 산하를 누빌 때면
나의 가슴에도 봄이 피어난다!
내 안에서 새록새록 피어나는 말들, 생각들, 만상의 이름들,
동서고금 불후의 고전을 읽고 난 기억들도 나의 마음에서 봄처럼 새움이 난다!
 
참, 고마운 이 개념어들이 연달아 나의 상춘지락의 흥을 부추긴다.
이 말들은 한 발 한 발 봄의 산하를 건널 때마다 봄의 산등성이를 넘을 때마다
마음의 노래가 되어주었고,
나의 푸근한 지향이 되었으며, 내 영혼의 노을빛 시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길을 걷는 내내 나의 저류를 흐르는 이 말(개념)들은 나의 길을 옹위해 주었다.
워낙 우매하고 단순한 위인인지라, 또한 연약하고 미욱한 존재인지라,
이 말들의 아우라를 붙잡고 늘 한평생 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말들은 내 마음의 벼리요,
'나'라는 존재의 사유세계를 엮는 그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나는 길을 걷기보다는 흐르기를 원한다. 나는 나의 생을 계절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맡기기를 늘 원한다. 절로 변하는 자연의 흐름이나 우주의 순환처럼 거대한 변화에 나를 맡기고 단순한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을 때가 있는 까닭이다. 그 흐름에 순응하여 자연과 합일을 이루는 동양적 이상향을 최고의 지향이라 생각한 적이 많다.)

 
물처럼 흐르는 길을, '나我'를 비우고(방하착放下着: 마음을 내려놓는 것, 마음을 비우는 것 )
꽃처럼 나무처럼 새처럼 솔처럼 바람처럼 그렇게 절로 절로 사는 본연의 길을 나는 항상 열망한다.
인간이나 물이나 새들이나 산천의 초목이나 벌과 나비나 천지에 한결같은 생명이요,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 속 생태의 일원이니까.
 
그래서 나의 상념의 세계나 내가 쓴 글 속에는 '흐르다'는 표현이 빈발하는지 모른다.
나는 문명이나 물질, 자본이나 이념이나 이성적인 사유의 틀에 구속되는 것을 꺼리는 성정인데,
인위적이고 변덕스럽고 일시적으로 조작된 진실이 없는 것들에 대한
나의 저항이나 거리낌을 은연중에 드러낸 말이 '흐르다'인지 모른다.
 
항구적이고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것에 대한 희구가 나의 심저心底에 깔려 있을 것임이 틀림없다.
이성이나 경험이나 합리적인 인식을 초월한 무상無相 무애無碍 무아無我의 경지로
자아를 떠밀고 싶은 갈앙이 '흐르다'에 반영된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가장 순실한 나의 벗들은 자연이다. 무위자연의 산천초목을 보면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나의 길, 나의 지향은 이들을 닮는 일이다!
가장 순실한 나의 벗들은 자연이다. 무위자연의 산천초목을 보면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모른다. 나의 길, 나의 지향은 이들을 닮는 일이다!

 
내 안에 품은 말이나 생각이 나의 봄이요 나의 무늬요 나의 향기일 것인데
내 안의 말이 나를 조금이라도 향기롭게 채색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내 입술의 말들이 늘 나를 지켜주기를 원한다. 
내 안에서 웅얼거리는 말들이 나를 이루고 나를 지키기 때문이다!
 
 
느림느림
쉬엄쉬엄
싸목싸목
미음완보
소요음영
우보천리
민달팽이
느슨하게
느긋하게
 
도화행화
녹양방초
새록새록
다복다복
화풍녹수
청향낙홍
기산영수
무릉도원
조화신공
 

만화방창, 숲의 재잘거림은 새소리뿐이 아니다, 연두빛 재롱부리는 초목의 여린 미소까지, 봄은 천진무구한 어린 생명의 천국이다!
만화방창, 숲의 재잘거림은 새소리뿐이 아니다, 연두빛 재롱부리는 초목의 여린 미소까지, 봄은 천진무구한 어린 생명의 천국이다!

 
무사무려
자연친화
유유자적
한중진미
유상곡수
소요음영
죽장망혜
단표누항
안빈낙도
안분지족
 
상춘취락
물아일체
강산풍월
연하일휘
청풍명월
풍월주인
요산요수
호연진취
호연지기
심산궁곡
은일지사
 

전남 화순 이서의 세량지(제), 산도화 복사꽃 수양버들 새록새록! 말 없는 자연의 길에서 인간의 길을 엿볼 일이다!
전남 화순 이서의 세량지(제), 산도화 복사꽃 수양버들 새록새록! 말 없는 자연의 길에서 인간의 길을 엿볼 일이다!

 
도화홍우
일장춘몽
인생백년
칠십팔십
백년행락
권불십년
화무십일홍
공수래
공수거
오는 듯
가는 듯
피는 듯
지는 듯
 
봄은 긴 기다림이요
봄은 짧은 작별이다
 
그래서
봄은 와도 눈물이요
봄은 가도 눈물일까
 
 

영광 불갑사 저수지, 하늘과 산과 물이 하나로 어울려 사는 무릉의 선계이다!
영광 불갑사 저수지, 하늘과 산과 물이 하나로 어울려 사는 무릉의 선계이다!

 

아침 눈을 뜨니 어제 일들이 꿈에 본 듯 아련하다.

봄마다 때마다 나의 가슴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말들...!

상념의 바다는 말과 생각과 이름들이 가루가루 은빛 윤슬처럼 반짝이며 출렁인다.

흐르고 흐르면서 나를 봄의 향연 속으로 부른다.

봄은 나를 다독인다!

 

인생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하는 것이라고,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누리는 것이라고,
봄을 바라보지만 말고 가슴으로 행동으로 봄을 살아보라고,
봄으로 살라고, 봄으로 다시 봄이 되어보라고, 봄으로 새로이 부활을 이루라고,
봄이면 이 곱고 너그러운 말들을 통해 나를 새로이 살아나게 한다.

내 안에 가득한 말이 나이니까.
이 말들이 나를 지키는
나의 봄이니까.
아늑한 봄의 품에 안겨 남도 상춘의 여정에 취해 비틀거린다!
 
'두 번은 없다!' 오늘도, 나의 하루도, 결코 두 번은 없다.
올봄도 결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벌써 웃자라버린 봄의 초목, 봄의 길들이 아득한 아지랑이처럼 가물가물 멀어져 가고 있다.
이렇듯 끊임없이 우리는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소멸하며 사라져 가는 것들과 영원한 이별을 하고 사는 것이다.
오늘은 어제가 되고, 다시 오늘은 아득한 과거로 훌훌 떠나고,
바다의 파도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소멸의 허공으로 사라진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나의 오늘과 먼 레테의 강을 건너며 작별하며 흐른다.
모든 변화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다.
흐름이 있을 뿐이다. 시간이 강이 세월이 흐르듯이...
나그네 인생길도 구름 흐르는 덧없는 여정이다.
 
부드럽고 화사한 봄바람 봄햇살 넘실거리는 봄날 아침,
창밖 전나무 느티나무 가지에 새 움 부르는 까치와 직박구리의 재잘거림,
무럭무럭 자라나는 봄의 변화가 놀랍다.
곧 봄은 여름이 되고 성장하여 가을로 늙어갈 것인데...
홍우紅雨, 산도화 복사꽃 붉은 꽃잎 비처럼 분분히 흩날리고 있을 남녘, 
도도한 봄의 여정을 다시 그려본다.

 

영광 백수 해안도로는 가히 명품 길이다! 벚꽃 만개한 해안길에 저녁노을 물들고 새들은 귀소를 서두른다!
영광 백수 해안도로는 가히 명품 길이다! 벚꽃 만개한 해안길에 저녁노을 물들고 새들은 귀소를 서두른다!

 

20240403, 솔물새꽃의 남도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