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존재로 사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내가 한번도 생각하지 못한 곳, 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지 모른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여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막막하기만 한 이 질문과 호기심!
이 질문과 호기심이 나의 꿈이 되고, 하늘을 보고 하늘 저편 별을 꿈꾸는 파랑새가 되어 나를 이끌고 있을까,
우주의 존재와 나라는 존재의 근원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을 최초로 품고 살게 해 준 이 시대 물리학자 우주론학자 천체물리학자들을 나는 한없이 존경한다. 이 분들의 앎과 발견이 아니었으면 머나먼 저편Beyond을 어떻게 꿈꿀 수 있었으랴, 나비가 되어 날아오르는 꿈을 어떻게 꿀 수 있었으랴, 보이지 않는 머나먼 저편을 향한 열망을 언제 품어볼 수 있었으랴, 하늘을 눈물 글썽이며 바라볼 수 있었으랴, 나의 존재에 대해 눈뜰 수 있었으랴, 생각하면 놀라운 축복이요 선물이다!
나 밖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문을 열어준 이들의 끝없는 연구와 저작들! 이 영웅들 덕택에 프랑스 정신심리학자 자크 라캉이 말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하는’ 놀라운 초월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묘연한 상상의 미궁으로 우리를 이끄는 우주와 보이지 않는 세계에 관한 연구와 저작들은 나에게 나비가 되는 꿈을 꾸게 하였다. 지구 행성 너머에 존재하는 수많은 별들을 꿈꾸면서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 삶과 죽음을 넘어 영원을 갈앙하는 인간 존재의 상상과 몸부림이 얼마나 처연한 것인가도 알게 되었다.
우리와 동시대를 호흡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찬란한 여명을 열어 보여준 과학자와 생명과학자와 동식물학자들... 특히, 폴 데이비스와 칼 세이건과 스티븐 호킹을 읽으면서, 그리고 수많은 철학자와 우주적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인 시인들과 화가의 그림을 통해 나는 우주와 시간과 공간과 나의 원형에 관한 질문을 품기 시작하였다.
(퇴직할 무렵 학교와 집에 있는 일만 삼천여 권의 모든 책을 정리하였는데, 과학에 관한 책들이 문학 도서 못지않게 많은 것을 보고 나도 깜짝 놀랐다. 과학에 관한 한 청맹과니에 불과한 내가 얼토당토않은 과학에 관한 책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을까, 생각하면 우습기만 하다!)
나는 틀림없이 놀라운 은총을 누리며 살고 있는 자임에 틀림없다!
아주 작고 미욱한 나에게 분에 넘는 과분한 앎의 눈을 열어준 수많은 저술가의 은혜와 고마움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동서양의 수많은 철학자와 동화작가와 시인과 소설가와 수필가, 그리고 사회과학자와 예술가와 인류학자, 특히 천문학자와 생명과학자와 우주론과학자의 고뇌와 궁구와 그들의 수많은 저작은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 모든 것이다. 나는 이 많은 분의 저술을 통해 여기까지 온 것이다. 지금의 나라는 존재로 존재하고 있다.
이 많은 분들의 열정과 저작의 찬란한 유산은 동시대와 미래의 역사에 빛과 길이 될 것을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분에 넘친 과분한 은택을 받은 자임이 분명하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자체가 호기심이었다.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라는 나의 확신에서 출발한 것이다.”는 폴 데이비스의 고백은 얼마나 간결하고 정직하고 투명한 진실인가!
폴 데이비스(Paul Davies)의 “세계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이루어졌다.” (<침묵하는 우주(The Eerie Silence)>에서) 는 이 한 문장의 파장, 이 짧은 말의 울림과의 만남!
“저 점을 다시 보라, 저 점이 여기다, 저 점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 점이 바로 우리다, 우리 인류라는 종種의 역사에 등장했던 모든 신성한 사람들과 천벌을 받은 사람들이 저 햇살에 떠돌고 있는 티끌 위에서 살았다, 우리가 우주에서 대단히 특권적인 위치에 있다는 우리의 망상과,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자만심과 가식은 이젠 이 ‘창백한 점’ 하나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구 행성은 거대하게 둘러싼 우주의 어둠 속에 외롭게 떠 있는 작은 반점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천문학을 통해 겸손함과 인격을 함양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아주 작은 지구를 우주에서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자만심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헤아릴 수 없이 넓은 공간과 셀 수 없이 긴 시간 속에서 지구라는 작은 행성과 찰나의 순간을 그대와 함께 보낼 수 있음은 나에게 큰 기쁨이었다"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 놀라운 만남들이 없었다면 나의 존재와 나의 생애는 얼마나 초라한 먼지였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시간이란 무엇일까, 내가 살고 있는 우주는 과연 우리만 홀로 살고 있는가, 신은 어떻게 이 세상을 창조했을까, '우주창조'라고 하는 이 엄청난 일이 어떤 초자연적인 힘의 개입이 없이 가능했을까? 이 놀라운 질문과 호기심이 과학자의 연구 업적인 책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나에게 찾아오랴,
우주에 관한 이런 질문과 호기심은 내가 과학에 관한 책을 읽는 내내 풀리지 않고 증폭되기만 하였다. 그리할지라도 감사한 일은 이런 호기심과 질문과 상상은 나에게 달콤한 영감의 일렁임이 되었고, 광활한 우주에 대한 상상의 문을 여는 노랑나비가 되어 나의 상상과 영감을 끝없이 이끌어 주었다.
나를 인도해 준 길잡이는 결국 책이었다. 유튜브가 대세를 이뤄가는 이 세상에 만약, 만약, 책이 사라진다면, 책을 읽지 않는다면(이것은 분명 나의 지나친 염려요 기우리라, 그래서 만약, 이라고 했지 않는가, 이 나라 이 땅 대한민국만의 아주 특수한 현상이기 때문...)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두려운 공상이 밀려올 때가 점점 늘고 있다. 모어母語가 사라지고, 한글이 잊히고 문해력, 독해력이 없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아직도 모국어를 익히기 전에 영어를 우선시하는 몰지각한 엄마들이 즐비하는 판이니, 나의 기우는 기우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어서 더욱 슬프다.
세계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이요,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질문을 풀기 위해 여행을 꿈꾼다. 늘 여행을 떠난다. 달과 별과 해와 수많은 행성의 바다와 섬을 향해 여행을 준비한다. 책을 읽으며 낯선 세계로의 모험을 떠난다. 분명 책을 읽는 일은 여행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낯선 미지의 세계를 향한 모험인 까닭이다.
책 속으로의 여행이든 산과 바다로의 여행이든 유럽으로의 여행이든 그 길은 질문과 호기심이 이끄는 한결같은 흐름이니까, 유한한 생을 견인하는 실제의 삶이니까, 책을 읽는 일 또한 여행이라는 것을 이 시대 어른들이 우리 시대 모든 아이들에게 큰 유산으로 남겨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돈과 아파트와 권력은 사라질지라도 책 읽는 문화의 향기, 책 속으로 떠나는 낯선 여행에 대한 호기심은 우리의 영혼을 맑고 고상하게 지켜줄 것이다.
20230614,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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