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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생각하기 위한 독서

빈 배는 오상아에 대한 은유일까요!

by 솔물새꽃 2023.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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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활한 시공을 무슨 기준으로 이것과 저것으로 나눌 수 있단 말인가, '나'를 비우면 모두가 하나다!
이 광활한 시공을 무슨 기준으로 '이것'과 '저것'으로 나눌 수 있단 말인가, '나'를 비우면 모두가 하나다! 지리산에 천왕봉에 앉아 아래를 굽어보면 모두가 하나로 보인다!

오상아吾喪我! 나를 죽이자, 나를 비우자, 나를 여의자,

오상아吾喪我는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의 핵심 사상을 대변하는 담론이다.

장자는 '내가 옳다고 하는 것이 정말 옳은 걸까요? 하늘은 정말 파란 걸까요?'

질문을 던지면서 제물론의 담론을 펼친다.

 

이렇다 저렇다, 옳다 그르다 하는 작은 앎의 굴레에 갇히는 것이 인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우물 안과 같은 '갇힌 앎'(소지小知, 작은 앎)에서 벗어나야,

나만이 옳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넉넉함을 회복할 때라야

'열린 앎'(대지大知, 큰 앎)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옳고 그름과 '이것'과 '저것'을 판단하고 분별하는 주체가 바로 '나'임으로

판단의 주체인 '나'를 잃는 것, '나'를 버리는 것을 담론의 출발로 삼은 것이다.

 

장자는 인간의 의식 변화와, 관점이나 태도 변화를 어디서나 강조한다.

참 놀라운 철학자이다. 장자는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한 사상가인데,

우리가 일상적인, 인습적인, 획일화한 고정관념이나 판에 박힌 기존의 앎이나 인식을 버려야

항상 변화의 새 삶, 상승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하였을 때 '나'의 속박에서 벗어나 새로운 앎에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이다.

 

오상아吾喪我는 ‘()가 나()를 여의다로 풀이할 수 있는데,

다시 말하면 내가 나를 여의어야, 내가 나를 비워야,

내가 나를 내려놓아야, 내가 나의 고정관념을 버려야,

세상의 다른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비워야 내 안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내 안에 내가 가득하고서야 어떻게 수많은 '너'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我를 비우고, 나我를 여의면 ‘나我’가 없는 ‘빈 배’ 같은 ‘나吾’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장자의 통찰이다.
나 我 를 비우고, 나 我 를 여의면 나我가 없는 빈 배 같은 나吾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장자의 통찰이다!

지금 내가 아는 '나(我)'의 의식을 버려야, ()가 '나()'를 여의어야,

세계와 자연과 우주의 수많은 소리를 내 안에 들일 수 있다는 것!

 

광대한 우주의식을 가지려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좁은 세계에서 얻은 편협한 생각을 버려야 함을 수긍한다.

향원鄕原의 아집을 버려야 북해의 큰 바다’(대해)라는 넓은 초월적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다는 그의 예화에 무조건 동의한다.

나를 여의어야’ '참 나'의 경지에 이른다는 그이 설득에 순종하고 싶다.

 

노자의 도덕경이나 장자의 빈 배

사람이 자기를 텅 비운 상태를 비유한 메타포이다.

말하자면 빈 배는 오상아吾喪我이.

 

를 비우고, 를 여의면 가 없는 빈 배같은 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장자의 통찰이다.

나를 비우면 세상과 갈등이나 시비가 없고 진정 자유로운 참 나(진인眞人)

자연의 나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나를 잊고 (망내忘內, 망기忘己), 세상을 잊고(망외忘外, 망물忘物) 살면

'앎'의 구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

더 쉽게 말해 이기심을 버리면 우리가 타인과 대립, 갈등하는 일이 없는 것처럼

이기심, 곧 나를 버리면 타인을 내 안에 받아들일 수 있고,

나의 고정관념을 버리면 바깥의 타자와 다른 수많은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드디어 나와 바깥의 세계가 하나가 되는 조화의 삶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나를 잊고 세상을 잊고 나를 버리고 나를 비우고 '빈 배'로 '빈 섬'으로 살 일이다!
나를 잊고 세상을 잊고 나를 버리고 나를 비우고 '빈 배'로 '빈 섬'으로 살 일이다!

 

오상아吾喪我, '나'를 버리고 '나'를 비우고 빈 배로 살아볼 일이다!

 

20230610,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