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랍고 슬픈 사실이 있다.
이런 너무 아픈 작별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젠 보이저 1호는 인간의 품인 지구로 결코 돌아올 수 없다.
광막한 우주 시공에 떠 있는 '창백한 푸른 점'을 눈으로 처음 볼 수 있게 해 준 보이저 1호는 2030년이면 지구와의 교신마저 끊겨 우주 속 미아가 된다. 생각하면 슬프고 가슴 막막한 아픔이다. 무엇이든 사라지는 것들은 늘 애석하게 그리운 강이 되어 흐르는 것일까,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읽을 때마다 생각한다.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 너무나 아프고 슬픈 이름 ‘보이저 1호’ - "저 점이 너와 나의 고향이다, 저 점이 바로 우리다" (지금까지 밝혀진 진실에 따르면)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살아 숨 쉬며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푸른 별’(행성)인 것을 깨우쳐 준 위대한 선물, '보이저 호!'
우리는 1990년 2월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찍은 지구별의 사진을 과학 도서를 통해 많이 봐 왔다. 이 사진을 본 많은 사람은 쉽게 믿기지 않는 신비감과 경이로움에 빠졌을 것이다. 지금 여러분은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아니, 밤하늘의 무수한 은하를 쳐다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나는, ‘나’의 존재의 본질은, 나의 유한한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하고 막연히 끝모를 깊은 상념에 잠긴다. 끝없이 미궁으로 빠져드는 알 수 없는 공허한 블랙홀을 체험한다. '나', 나의 존재의 비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행성인가, 나는 언제 어디서 다시 별이 될까, 나의 영원의 길은...? 심한 현기증을 앓을 때도 있다.
망망한 하늘, 칠흑의 궁창을 떠도는 아주 작은 좁쌀만 한 크기의(창해일속滄海一粟) 점 하나인 지구 행성, 그 속의 아시아 대륙, 그 속의 한반도, 그 속의 반쪽 대한민국, 그 속의 너와 나, 그 속의 아주 작은 티끌 하나인 ‘나’, 눈곱 티만도 못한 크기의 존재인 나, 우주의 시공에서 보면 티끌, 먼지처럼 사소하면서도 소중한 나, 이 광대한 시공에 둘도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인 별, ‘나’ 그리고 나 밖의 끝없는 우주...
방학이면 고향 마당을 거닐며 밤하늘 은하를 바라볼 때면 눈물 흘릴 때가 많았는데, 내가 처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을 만나고 난 다음 밀려온 질문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의문들, 호기심들,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동틀 여명의 시절, (단테의 <신곡>을 읽고 깊은 회의와 번민에 사로잡혔을 때 생각난다.) 인간이 꿈꾸며 열망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 인간은, 아니 이 지구별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허망하고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하고 밤새 뒤척였던 시절...
이 푸른 작은 점이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구별이라는 이 놀라운 선언... 이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은 1990년 2월, 우주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보이저 1호가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을 지날 때 지구를 촬영토록 당부했다고, 그리고 바로 그 사진에 칼 세이건이 ‘아름다운 푸른 별’이라고 명명하였다고, 그 후 칼 세이건은 이 사진에 깊은 영감을 받아 〈창백한 푸른 점〉을 저술하여 많은 사람에게 우주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과 관심, 영감을 헌사했고, 〈창백한 푸른 점〉에서 아래와 같은 불후의 명문을 짧은 그의 생애의 길에 남겼다.
“저 점을 다시 보라. 저 점이 여기다. 저 점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 점이 바로 우리다. 우리 인류라는 종種의 역사에 등장했던 모든 신성한 사람과 천벌을 받은 사람들이 저 햇살에 떠돌고 있는 티끌 위에서 살았다. 우리가 우주에서 대단히 특권적인 위치에 있다는 우리의 망상과 우리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자만심과 가식은 이젠 이 ‘창백한 점’ 하나 때문에 그 정당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구 행성은 거대하게 둘러싼 우주의 어둠 속에 외롭게 떠 있는 작은 반점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천문학을 통해 겸손함과 인격을 함양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들 한다. 아주 작은 지구를 우주에서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자만심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에서 인용.)
인간 문명의 산물 중 지구에서 우주를 향해 가장 멀리 날아간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만든 물건 중에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것, 지금도 날고 있는 것,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보이저 1호’이다.
1977년 9월 5일 지구를 떠난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는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나, 현재 지구로부터 2백억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를 날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말 그대로 태양이라는 항성에서 다른 항성으로의 여행, ‘인터스텔라’인 것이다.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의 태양계를 탐사하는 인터스텔라의 처음 임무는 지난 1989년에 이미 마쳤다. 이 보이저 1호가 나는 속도는 총알 속도의 17배인 초속 1717킬로 미터라고 한다. 인간과 우주, 우주와 인간, 우주를 향한 인간의 열망이 이루어놓은 문명의 성역은 참으로 놀랍고 놀랍다.
자, 그러면 가끔, 아주 가끔, 여러분이 밤하늘의 초롱초롱한 별을 볼 때가 있거든 반드시 <어린왕자>의 소혹성 b612호와 30여 년 훌쩍 넘도록 외로이 칠흑의 우주를 날고 있는 보이저 1호를 꼭 기억하길 간절히 바란다. 하늘을 볼 때마다 깊은 철학적 질문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작은 반점인 ‘나’라는 존재의 사소함과 동시에 유일성에 대해서도 깊은 존재론적 묵상을 하게 될 것이다. '나'라는 별과 우주에 대한 영원한 질문과 풀리지 않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별의 신비에 대해서도...
그런데 정말 놀라운 사실이 있다. 보이저 1호(Voyager 1)는 인간의 품인 지구로 결코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나는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보이저1호는 2030년이면 지구와의 교신마저 끊겨 광막한 우주 속 미아가 된다는 사실이다. 막막한 그리움이다. 돌이킬 수 없는 아픈 작별이다. 오래오래 반추할 추억이다. 인간의 머리로 고안한 과학과 기술의 끝이 너무 비극적인 스토리이다.
하늘을 보면, 어쩌다 밤하늘을 보다가 움직이는 행성이나 유성을 볼 때면 보이저 1호의 운명을 반드시 기억하길 다시 간절히 당부하고 싶다. 그리고 '어린왕자'의 별 - 소혹성 612호- 의 안부도 물어주실 것을... 너무나 아픈 작별, 그리고 너무나 슬픈 이름, 너무나 그리운 추억, 기억, 보이저 1호여 안녕히...!
(20230217,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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