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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노을을 보며,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by 솔물새꽃 2023.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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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형제섬, 그 형제섬 마당은 아침 노을이 찾아와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하라고 형제를 타일러준다!
모슬포 형제섬, 그 형제섬 마당은 아침 노을이 찾아와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하라고 형제를 타일러준다!
모슬포 산이수동의 노을은 깊은 비움과 거룩한 죽음의 은유처럼 노을노을 타올라 스러지려 하네!
모슬포 산이수동의 노을은 깊은 비움과 거룩한 죽음의 은유처럼 노을노을 타올라 스러지려 하네!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을 매일 기억하며 나는 노을을 꿈꾸며 사는 길을 가려하네! 그리고, 인간은 단순한 '죽음에의 존재'가 아니라, '죽음에의 존재'임을 자각하며 살고 있는 영적 존재라는 자존감을 지키려 하네!

가끔 밀레가 그린 만종의 종소리 들으면 서정 울림 기도 안식 평화 노을 무위 무욕 가을 죽음, 이 맑은 음절들이 마음에 파도처럼 출렁이며 반짝이며 눈부시며 가득하다네, 가을가을 풀벌레소리처럼 스며드는 가을의 향기처럼, 그윽한 커피의 향기까지 나의 마음에 자욱하다네,

 

모슬포 산이수동 앞바다의 노을은 깊은 비움과 거룩한 죽음의 은유처럼 노을노을 타올라 스러지려 하네! 벌써 깊은 비움과 거룩한 죽음의 은유처럼 노을 타올라 스러지려 하네, 우주의 천태만상의 형상 가운데 노을처럼 장렬하게 소멸하는 것이 어디 또 있으랴, 적어도 오늘 나는 노을이 스러지는 것을 소멸이라고 말해보려 한다네, 분명 죽음은 아니니까, 생물학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만은 아니네,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여 이 소멸하는 노을에게는 아픔이 없을 테니까, 더 자세히 언급하자면 인간이나 목숨이 있는 생물이 느끼거나 감당해야 할 고통과 절망, 두려움과 몸서리, 비통과 탄식, 좌절감과 절망, 상실감과 허무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죽음대신에 소멸이라는 말을 써보려 한다네,

 

고천암의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순간, 곧, 소멸한다는 것이리라! 우리가 생애의 강을 건너며 꿈꾸는 것은 찬란하게 소멸하는 것!
고천암의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순간, 곧, 소멸한다는 것이리라! 우리가 생애의 강을 건너며 꿈꾸는 것은 찬란하게 소멸하는 것!

나는 일찍이 장자와 노자와 몇 권의 죽음에 관한 책과 성경을 읽은 탓에 삶과 죽음은 하나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나면서부터 죽음을 산다, 는 진실에 대해 아주 친숙한 사유의 영역으로 여기며 살아오고 있지만, 지리산이나 설악에서 남도의 땅끝 갈두리 해변이나 겨울 철새들의 낙원 고천암의 들녘에서 노을을 볼 때마다 나의 마음에는 아주 절실한 꿈이 하나 점점 자라기 시작했다네,

 

나의 최후의 모습이 노을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면, 만약 노을처럼 소멸을 맞이할 수 있다면, 아니네, 차라리 나는 언제부터인지는 잘은 모르지만, 차라리 나의 생애의 마지막 순간이 노을이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그려보는 습관을 길들이고 있었다네, 노을처럼 그 어떤 아픔도 고통도 눈물도 서러움도 두려움도 절망도 상실과 허무도 없이 나의 존재와 작별할 수 없을까, 늘 상상하며 늘 소망하며 노을이 되기를 갈앙하며 노을의 그늘에서 살아가고 있다네. 그날이 언제든 오면 노을이 물든 하늘이나 강이나 산마루나 바다 저편 어디 노을을 꿈꾸며 살고 있다네, 그 반복하는 간절한 기도는 이루어질 테니까, 그 갈망하는 바람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믿고 사는 것이지, 늘 내 생애의 마지막을 생각하는 순간과 순간이 점으로 이어진 것이 나의 생애일 테니까, 유연한 강으로 흐를 테니까,

 

11월 가을 해거름 서해 석모도를 돌아와 해변가 작은 맛집 창가에서 저녁 노을 스러지는 하루를 보았다!
11월 가을 해거름 서해 석모도를 돌아와 해변가 작은 맛집 창가에서 저녁 노을 스러지는 하루를 보았다!
지난 2022년 늦은 11월 가을 해거름 서해 석모도를 돌아와 해변가 작은 맛집 창가에서 저녁 노을 스러지는 하루를 보았다!
지난 2022년 늦은 11월 가을 해거름 서해 석모도를 돌아와 해변가에서 저녁 노을 스러지는 하루를 보았다!

항상 나는 노을을 보면서 생각한다네, 노을처럼 신명나게 나 자신을 불태우면서 장렬히 장엄하게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아름다운 나의 최후의 모습이 이 지상의 눈빛들 가운데 남을 나의 흔적이니까, 아주 사소한 나라는 작은 존재의 찰나이니까, 노을처럼 소멸할 수 있기를 늘 꿈을 꾸며 살고 있다네,

 

삶과 죽음의 경계가 구분 없는 무궁한 우주의 시공에서 유랑하는 작은 별의 마지막 모습이 노을처럼 활활 타오를 수 있다면, 지리산 반야봉의 노을처럼, 서해 변산반도의 노을처럼, 강화 석모도의 노을처럼, 해남 고천암의 노을처럼, 지리산 촛대봉의 노을처럼, 남산의 노을처럼, 절해고도 야로의 불길 타오르는 홍도의 노을처럼, 소멸에서 다시 빛의 소생으로 순환하는 우주의 영원한 길, 빛의 아침으로 적멸의 영원으로 부활할 수 있다면, 구원의 길로 흐를 수 있다면, 다시 소멸할 수 있다면, 나는 우주 속 별이니까,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가버린 어제를 생각하고 오늘을 사랑하며 살아보세!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가버린 어제를 생각하고 오늘을 사랑하며 살아보세!

한순간도 생명의 호흡을 정지할 수 없듯이, 심장의 박동이 뛰는 소리 들으며 뜨겁게 뜨겁게 살아야 할 일이네, 어제의 거울에 비친 오늘처럼, 죽음의 거울에 비친 삶처럼, 가버린 어제를 생각하고 오늘을 사랑하며 살아야 할 일이네,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하며 뜨겁게 살아야 할 일이네. 그렇지 않고서야 한순간이라도 방심하고서야 어찌 활활 노을처럼 타오를 수 있으랴, 생애의 강은 흐름이니까, 바다에 다 와 갈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이니까, 흐르고 흐르며 깊어지고 맑아진 강의 길처럼 길 위를 가는 과정이 맑아야 그 마지막 끝도 아름다울 테니까, 삶은 죽음의 길이요 죽음은 삶의 길이니까,

 

오늘도 나는, 그대가 보내온 형제섬 너머 모슬포와 산이수동 앞바다를,, 노을 물든 일출의 장관과 찬연하게 소멸하는 노을의 아침을, 담담하게 즐겁게 그러나 엄숙하게 그려보며 꿈을 꾼다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최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죽음을 생각하고 삶을 사랑해야 하니까, 늘 우리는 죽음을 내다보는 존재의 길에 서 있으니까,

그러네! 분명 죽음은 삶이 끝나면 시작되는 게 아니네, 목숨이 잉태한 순간부터 그 생명과 함께 죽음은 시작되는 것, 삶과 함께 비롯해서 삶 속에서 삶과 함께 동행한 것이 죽음이니까, 삶이 없으면 죽음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쉽게 입증되고도 남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살아가고 있는 길이 죽어가는 길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네,

 

어제의 거울에 비친 오늘처럼, 죽음의 거울에 비친 삶처럼, 노을을 닮아 살 일이다!
어제의 거울에 비친 오늘처럼, 죽음의 거울에 비친 삶처럼, 노을을 닮아 살 일이다!

인생의 가을은 여전히 그대가 좋아하는 말처럼 익을수록 머리 숙이는 겸손이네, 비움과 떠남이네, 버림이요 헌신이네, 베풀고 비울 때 채워지는 가을의 결실, 이 가을이 죽으면 겨울은 또 올 것인데, 올해는 더욱 아름다운 가을을, 그 가을 속 노을을 만나길 바란다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 매일 기억하며 살기로 하세. 그리고 인간은 단순한 '죽음에의 존재'가 아니라, '죽음에의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는 존재다,를 하늘의 정언명령으로 암송하며 살기로 하세,

 

사람은 누구나 홀로 사는 섬, 소멸하는 노을처럼 그렇게 스러질 것이리라!
사람은 누구나 홀로 사는 섬, 소멸하는 노을처럼 그렇게 스러질 것이리라!

(솔물새꽃의 모슬포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