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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삼각산, 산문에 기대어 산과 하나가 되다!

by 솔물새꽃 2023.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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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역을 나와 북한산 초입에서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를 보니 나비가 된 듯 날고 싶어진다!
우이역을 나와 북한산 초입에서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를 보니 나비가 된 듯 날고 싶어진다!
 

꽃샘바람 탓에 북한산 백운대 정상(해발 836)은 바람이 몹시 차다. 얼굴과 손이 한 겨울처럼 시리다. 점심 이후 느지막이 나선 해거름 산행이라 산길은 한가하고 고요하여 겨울과 봄의 길목, 계절과 계절의 사이를 흐르는 변화가 절로 느껴진다. 물의 소리와 결빙의 흔적!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 이 세 영봉을 묶어 삼각산이라 부른다.

평등平等하고 무등無等한 산! 산은 언제나 열린 마음, 포근한 안식이다. 다정한 엄마의 품이다. 너그러운 산의 가슴, 잠시 산문에 안겨 있다 오니, 눈도 밝아지고 마음에 평안이 흐른다. 전신에 생기가 절로 감돎을 느낀다. 이 오묘하고 놀라운 산의 힘!

 

한국의 산이 좋아 북유럽에서 온 청년은 대한민국은 천국이라고 하였다! 어디서고 산을 오를 수 있으니...
한국의 산이 좋아 북유럽에서 온 청년은 대한민국은 천국이라고 하였다! 어디서고 산을 오를 수 있으니...

올해도 민달팽이 걸음으로 미음완보微吟緩步, 소요음영逍遙吟詠하며 한없는 산의 은총을 누리며 살고 싶다!

오금동을 나서 우이동 북한산 입구에 도착하니 지하철로 한 시간 삼십 분이 걸린다. 1월과 2월을 건너 꽤 오랜만에 북한산을 보니 벗을 만난듯 반갑다. 하늘 공제선 위로 멀리 도봉산 자운봉에서부터  인수봉 만경대 영취봉까지 조촐한 북한산의 영봉들이 단번에 시야에 가득 찬다. 산인에게 가장 큰 보람은 산문에 들면 쉬이 산과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주 만나온 북한산이나 설악산이나 지리산이라면 묘한 마음의 인정이 흐르는 것을 느낀다. 분명 살아있는 산의 마음이 내게 전해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산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한결같음을 느껴보는 것이다. 내가 산을 기다리며 산을 그려온 것처럼 산도 틀림없이 나를 기다렸을 것이라는 이심전심의 교감! 분명 산은 살아있는 생명일진데 인간과 통하는 영혼과 감정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나는 갖는다. 그런 마음으로 나는 늘 산을 만난다. 그러므로 나는 언제 어디서나 이러한 산과 교감하고 산의 아늑함을 체험하기 위해 산을 찾는다. 
 
북한산 초입 우이천(쇠귀천), 먼 길을 떠나지 않은 원앙 한 쌍이 달콤한 긴 겨울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호젓이 날 반긴다!
북한산 초입 우이천(쇠귀천), 먼 길을 떠나지 않은 원앙 한 쌍이 달콤한 긴 겨울의 추억을 그리워하며 호젓이 날 반긴다!
이신전심... 부부 원앙의 마음을 오가는 말은 무엇일까, 퍽 궁금하다! 원앙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이신전심... 부부 원앙의 마음을 오가는 말은 무엇일까, 퍽 궁금하다! 원앙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 이 세 영봉을 묶어 삼각산이라 부른다. 구파발역에서 북한산으로 오르는 원효사 초입에 이르면 삼각산의 형상이 더 선명하게 잘 보인다. 단숨에 만경대까지 오르니 늠름한 산의 기상이 가슴에 들어온다. 오래도록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만경대의 장구한 시간이 내게 들어와 나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던 온갖 번잡한 것들 다 내몰고 내 안에서 산이 된다.

 

쇠귀천을 지나고 도선사를 통과하여 하루재 넘으니 만경대가 나를 반긴다!
쇠귀천을 지나고 도선사를 통과하여 하루재 넘으니 만경대가 나를 반긴다!

노적봉 너머 멀리 영취봉 능선을 보고 있으면 설악의 공룡능선을 본 듯싶다. 서울 도성 안에 이 멋진 산을 품고 사는 시민들은 분명 천국을 사는 자들임에 틀림없다. 아일랜드에서 서울의 산을 보기 위해 날아온 청년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어디서나 산을 쉽게 오를 수 있는 대한민국 서울 시민은 천국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부러워하였다.

 

만경대 우측으로 바로 눈앞 노적봉, 멀리 영취봉이 보인다!
만경대 우측으로 바로 눈앞 노적봉, 멀리 영취봉이 보인다!

인수봉! 백제의 시조 온조왕이 그의 형 비류와 이 인수봉에 올라 도읍을 정했다는 설이 전하는데, 마치 어린 아기를 업은 형상이라고 하여 부아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수봉!
인수봉!
 
해거름 북한산 백운대에 올라 멀리 한강 건너 서해의 일몰을 보는 일은 드물게 누리는 보람이다. 시계가 고르지 않아 멀리 한강과 서해 바다는 조망할 수 없었으나 백운대에서 일몰의 노을을 기다리며 오래 서 있어 보기는 처음이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이렇듯 산은 어느 때고 산인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이 좋아 화창할 때나 가릴 것 없이 산은 우리가 생각지 못한 놀라운 산의 운치와 주변의 변화무상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해거름 북한산 백운대의 일몰!
해거름 북한산 백운대의 일몰!

북한산 텃새, 참새목과에 속한 바위종다리새! 마치 나를 하루종일 기다리고 있었음일까, 암수 두 연인은 호젓이 아름다운 포즈를 나에게 오래도록 취해주었다. (사진을 잘 찍어보라고...) 정말 고마웠다! 그런데, 암수일 성싶은 이 두 마리 종다리새는 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을까, 인간과 다른 바위종다리새만의 움벨트를 가졌기 때문일 것인데, 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각과 판단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한 세계를 아는 일은 '나'를 먼저 비우는 일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니까. 이 바위종다리새의 다정한 '거리의 미학'을 오래 잊지 못할 성싶다!

 

북한산 텃새, 참새목 바위종다리새의 망중한... 금슬 좋은 연인일 성싶은데, '사이'를 두고 떨어져 있다!
북한산 텃새, 참새목 바위종다리새의 망중한... 금슬 좋은 연인일 성싶은데, '사이'를 두고 떨어져 있다!

엊그제만 해도 완연한 봄날이었는데, 어제와 오늘은 한 겨울바람이 불어와 변덕스러운 봄날의 기상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손과 얼굴이 시리다. 꽃샘바람! 꽃샘바람은 더 고운 봄을 꽃피우려는 자연의 섭리인 것을 알기에, 그리고 훌쩍 떠나려 하는  겨울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차디찬 꽃샘바람을 듬뿍 품에 안아 돌아왔다.

 

해발 836 북한산 백운대 정상!

산문에 들면 언제 어디서나 파릇한 생기가 흐름을 느낀다. 산의 숨결 산의 향기 산의 기운이 내 안에서 꿈틀 하는 것을 안다. 산은 나를 들이고 나는 산을 들이고, 산은 내가 되고 나는 산이 되고, 고독한 존재의 운명은 산이나 나나 한 가지일 성싶다. 드디어 산과 나는, 나와 산은 조화 합일 주객일체 무아지경의 하나가 된다!

우리가 산을 찾는 일은 이 놀라운 체험을 누리는 일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어디든지 산문에 들어가는 것은 이 지상에서 가장 순실하고 거룩한 자연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산만큼  태고의 숨결 무늬 향취를 잘 간직한 데가 이 땅 어디에 있으랴, 산은 영혼과 감정을 소유한 생명 그 자체다!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생명의 산실이 아니면 그 무엇이랴, 그러므로 이 산속에 드는 일은 아주 성스러운 일이다. 우리의 잃어버린, 아니 잊어버린 원시성 자연성을 회복하는 일인 까닭이다.

아무리 우리의 일상이 분주할지라도 지친 영혼이 산과 교감하며 산의 가슴을 읽고 느끼는 영적 만남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자주 이어가야 할 까닭이 여기 있는지 모른다!

 

산문에 들면 언제 어디서나 파릇한 생기가 흐름을 느낀다!
산문에 들면 언제 어디서나 파릇한 생기가 흐름을 느낀다!

결빙의 얼음장 밑으로 봄의 뜨거운 심장 피의 빛 피의 소리 박동하는 봄의 생명이 흐르고 있다. 긴 겨울을 인내하고 긴 어둠의 강을 건너온 봄을 결코 소홀히 맞을 일이 아님을 안다. 봄은 참으로 오랜 시련의 밤과 함묵의 겨울을 건너온 개선장군 같은 풍모다. 온갖 풍상을 다 극복한 초월자임이 분명하다. 정말 봄은 우리 모두의 기다림, 환희, 기쁨, 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찬란한 봄의 완성은 바로 우리의 몫이다!

 

결빙의 얼음장 밑으로 봄의 뜨거운 심장의 울림이 흐르고 있었다!
결빙의 얼음장 밑으로 봄의 뜨거운 심장의 울림이 흐르고 있었다!

 

(20230313, 솔물새꽃의 북한산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