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중청 소청 그리고 나, 물아일체의 신명에 젖는다!
산의 위의(威儀) 앞에서, 대청 중청 소청 만학천봉萬壑千峰, 물아일체物我一體, 호접몽胡蝶夢의 신명에 흥건히 젖는다. 설악의 대청 중청 소청봉을 멀리 신선봉에 앉아 바라본 적 있는가, 산의 큰 가슴 산의 큰 함량을 감탄하며 산의 오묘한 숨은 뜻을 헤아려본 적 있는가, 그 드넓은 산의 바다를 굽어보며 그 깊디깊은 만학천봉萬壑千峰, 농숙濃熟한 산의 가슴에 흥건히 안겨본 적 있는가, 어느 사이 산은 내 안에 들어와 내 마음 가득한 흉악한 태산을 허물어버린다. 완고한 허울들 샅샅이 찾아내 가루가루 분쇄하여 날려버린다. 내 안의 고르지 못한 영토를 평지로 정갈하게 고른 다음 정결, 담백, 고결, 단아, 기품, 지조, 지절, 함묵, 늠연, 늠름, 염결, 청렴... 이런 크고 작은 봉우리를 새로이 들여놓는다. 그 다음..
2023.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