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28

제석봉 산오이풀꽃은 어디로 다 갔을까! 智異山, 아주 특별한(異) 지혜(智)를 주는 지리산! 지리산은 그 어떤 경전보다도 그 어떤 잠언이나 명상록보다도 아주 특별한 지혜를 교훈하는 산이다. 산문에 들어서면 항상 고향의 아늑한 포근함이 끼쳐온다. 얼마나 살가운 눈빛인지 모른다. 세상 어디서 이 융숭한 눈물의 흥건함 젖어보랴. 산의 숨결 산의 향취 산의 빛에 반응해 보라, 山은 어느 때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가슴을 열어주는 무등無等의 인품이다. 山은 세상 번뇌 질고 훤화 염려 애통함 다 씻어주는 청량한 물(소리)을 품은 해인海印의 흉중이다. 특히 시월상달 천왕봉 가는 제석봉 길은 하늘 가는 길이다. 그 길 끝은 분명 하늘에 닿아 있다. 지상의 모든 길은 하늘에 닿아 있는 것을 천왕봉 가는 제석봉 길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은 가을빛 완연.. 2023. 10. 30.
지리산智異山 가을 까마귀! 나는 지리산智異山 천왕봉 가을 까마귀를 무척 사랑한다. 내가 해마다 시월 상달을 기다려 지리산 산문을 찾는 것도 이런 속맘 때문이다. 지리산 산정山頂 천왕봉 天王峰 (1915) 하늘을 선회하는 검은 갈까마귀의 그림자와 번득거리는 두 눈빛과 텅 빈 허공을 호령하는 깊은 울음소리에는 늘 서러운 울림의 여운 잔잔히 흐르는 까닭이다. 하늘과 땅 사이를 초연히 날아오르는 가을 까마귀의 비상은 볼수록 나의 심중에 물결을 일으킨다. (나를 알아보고 무척 반기는 것은 아닐까, 믿고 싶은 마음도 일어난다.) 천왕봉에 앉아 등에 한기가 스밀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로 앞 바위 정수리까지 다가와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와 눈을 맞출 때도 있다. 어느 날 이 세상과 작별할 때가 나에게도 오면 나는 나의 시간 앞에 과연 .. 2023. 10. 27.
산이여, 사랑이여! 산이여, 사랑이여! 나는 오늘, 다시 불암 영봉에 앉아 '자연의 길'을 묵상한다. '사람의 길'이 ‘자연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을 한사코 경계한 현철의 깊은 뜻에 한번 닿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피어난 것이다. 비 갠 아침 서울 근교 산문에 들어 청량한 비바람에 쓸려오는 물안개의 달콤한 감촉을 맛보는 일은 장중한 산의 정취를 누려보지 않으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희열일 것임에 틀림없는 까닭이다. 산의 등줄기와 가슴을 타고 내리는 물처럼 이골저골 숲의 고요를 흔들어 깨우는 새들처럼 형형색색 철철이 피고 지는 야성의 산꽃처럼 기암절애의 바위를 가르고 뚫어 흙과 물이 닿는 곳까지 목숨의 뿌리 깊게 서려두는 금강송처럼 천고의 빛이 올 때까지 별과 달이 스쳐가는 소리 들릴 때까지 태고의 천성을 포기하지 않는 옹.. 2023. 9. 25.
설악의 하늘은 어여쁘도다! 여름날의 하늘은 참으로 아름답다여름날의 하늘은 아득한 평화의 심연이다 하늘의 그윽한 심연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하늘의 무궁한 아름다움은 누구의 조화일까 무엇이 하늘을 동경하게 할까무엇이 하늘을 노래하게 할까 설악의 하늘에서 불렀던 찬송은 광막한 시공을 흐르는 노을로 다시 온다하늘 속 만났던 그리운 얼굴들은 밤하늘 별꽃으로 다시 내게 올 것이다 오늘도 그리움이 하늘하늘 피어오른 설악의 하늘을 한 마리 새로 날아오른다! 알 수 없는 하늘을, 영원 무궁한 하늘을,그 하늘에 닿고 싶은 마음을, 하늘 끝까지 닿고 싶은 마음을, 20230812, 솔물새꽃의 설악동일기에서 2023.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