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28

도봉에 올라, 자운봉과 오봉을 보다! 도봉道峯에 올라, 자운봉紫雲蜂과 오봉五峰을 보다! 마음이 부르는 대로 어디든 갈 수 있는 산을 두고 사는 일은 큰 축복이다. 눈 뜨면 산의 이마에 반짝이는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일은 더 놀라운 은혜이다. 걸어서든 지하철이나 버스로든 산에 다가가 산의 품에 안기는 삶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한국의 산이 부러워 먼 북유럽 아이슬란드에서 날아온 눈이 푸른 젊은 청년의 말처럼 우리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국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 친구는 어디든 몇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멋진 산을 사방에 두르고 사는 서울 사람은 천국을 누리고 있다고 부러워하였다. 눈 뜨면 바라볼 수 있는 산을 눈앞에 두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큰 축복을 누리는 자인가, 라고 반문하였다. 산이 부르는 소리 들린다. 해사한 산의 그림자가 눈.. 2023. 6. 3.
천불동계곡을 다시, 새로이, 그리며 여전히 천석고황泉石膏肓*은 가슴에 스민 물소리와 함께 다시, 새로이, 깊어간다. 연하고질煙霞痼疾의 질고疾苦는 깊을수록 좋은 것 아니랴. 산은 오르는 곳이 아니다. 태고의 순결한 '나'를 찾아가는 길이다. 산에 어린 순수한 자연의 마음에 닿는 길이므로 결코 산은 오르는 곳이 아니다. '나'를 만나러 가는 깊고 고요한 여행이다. 그러므로 산에 닿는 길은 정결한 마음의 길이어야 하리라 믿는다. 긴 겨울 내내 눈 뜨면 바라보며 그리며 이름 부르며 갈앙渴仰한 설악! 설악동 천불동계곡! 맑고 밝은 아청鴉靑의 하늘과 물소리! 봄은 다시 천불동을 내게 보내왔다. 내 마음 저류를 타고 흐르는 천불동 물소리 다시 들린다, 흉금을 맑히는 저 물소리는 천혜의 은총이다, 조촐히 씻긴 암반과 너럭바위 하늘에 닿을 듯 정갈하게 꼿.. 2023. 5. 9.
삼각산, 산문에 기대어 산과 하나가 되다! 꽃샘바람 탓에 북한산 백운대 정상(해발 836)은 바람이 몹시 차다. 얼굴과 손이 한 겨울처럼 시리다. 점심 이후 느지막이 나선 해거름 산행이라 산길은 한가하고 고요하여 겨울과 봄의 길목, 계절과 계절의 사이를 흐르는 변화가 절로 느껴진다. 물의 소리와 결빙의 흔적!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 이 세 영봉을 묶어 삼각산이라 부른다. 평등平等하고 무등無等한 산! 산은 언제나 열린 마음, 포근한 안식이다. 다정한 엄마의 품이다. 너그러운 산의 가슴, 잠시 산문에 안겨 있다 오니, 눈도 밝아지고 마음에 평안이 흐른다. 전신에 생기가 절로 감돎을 느낀다. 이 오묘하고 놀라운 산의 힘! 올해도 민달팽이 걸음으로 미음완보微吟緩步, 소요음영逍遙吟詠하며 한없는 산의 은총을 누리며 살고 싶다! 오금동을 나서 우이동 북한산 .. 2023. 3. 15.
노을을 보며,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을 매일 기억하며 나는 노을을 꿈꾸며 사는 길을 가려하네! 그리고, 인간은 단순한 '죽음에의 존재'가 아니라, '죽음에의 존재'임을 자각하며 살고 있는 영적 존재라는 자존감을 지키려 하네! 가끔 밀레가 그린 ‘만종’의 종소리 들으면 서정 울림 기도 안식 평화 노을 무위 무욕 가을 죽음, 이 맑은 음절들이 마음에 파도처럼 출렁이며 반짝이며 눈부시며 가득하다네, 가을가을 풀벌레소리처럼 스며드는 가을의 향기처럼, 그윽한 커피의 향기까지 나의 마음에 자욱하다네, 모슬포 산이수동 앞바다의 노을은 깊은 비움과 거룩한 죽음의 은유처럼 노을노을 타올라 스러지려 하네! 벌써 깊은 비움과 거룩한 죽음의 은유처럼 노을 타올라 스러지려 하네, 우주의 천태만상의 형상 가운데 노을처럼.. 2023.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