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28

금강초롱 꽃망울 속에 들고 싶어라! 산길에서 새소리를 듣는 일처럼 즐거우랴, 새들이 부르는 노래의 선율에 마음을 실으면 어느새 나는 새가 되고 숲이 되고 솔바람 되어 훨훨 산을 날고 있는 것을 느낀다. 호젓한 미명의 산길에서 아침을 부르는 동고비와 동박새와 직박구리의 날갯짓과 청신한 노랫소리는 얼마나 평화롭고 싱그러운 울림인가,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화음을 이룬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숲길을 걷노라면 나는 어느새 이 세상으로부터 멀리 유폐된 은일지사(?)가 된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래도 마냥 좋다. 이 외로움과 고독의 절정에 다다라보는 일은 산문을 들고나는 나의 즐거움이요 기다림이요 보람인 까닭이다. 이 세상 생명이 있는 존재 가운데 산처럼 요동 않고 진실하며 의롭고 선한 자비와 아량을 품은 크고 넓고 깊은 존재가 어디 있으랴, 이뿐이랴, .. 2023. 8. 10.
스페인에서 날아온 청년들과 대청봉에 오르다! 나는 한국의 산이 좋아 한국에 온다는 유럽의 젊은 친구들을 종종 산에서 만난다. 설악이든 북한산이든 지리산이든 먼 이국에서 온 이들을 만날 때면 정말 잘 해주고 싶다. 역지사지의 파토스가 쉬이 발동한 까닭이다. 낯선 이국 땅 생경한 길 깊은 산중을 찾아온 눈빛과 말이 다른 지구별 여행자들인데, 이 청년들은 더욱이 다시 언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나그네 여정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 따스한 인정과 연민을 품게 되고 금세 우리는 친구가 되고 만다. 이번 설악 대청 가는 길에서도 스페인에서 온 두 청년 플라보느와 크리스티앙을 만났다. 이심전심 많은 무언의 마음 대화를 하며 걸었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언어가 달라 맘대로 소통할 수 없을 때는 답답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통하는 구석이.. 2023. 8. 8.
잣까마귀, 대청봉에서 만난 아청새여! 대청봉 가는 길에 만난 이 새와의 인연을 오래오래 잊을 수 없으리라! 아청빛 하늘은 바이칼 호수보다 더 푸르렀다! 그윽한 창공을 흰구름 타고 날아온 희끗희끗한 반점에 검회색 망토를 두른 새 한 마리! 아청의 하늘을 보면, 그리고 말똥말똥한 눈망울의 새를 보면, 어느 여름 대청에서 만난 순결한 새와의 만남을 애틋하게 그리워할 것이리라, 우수 어린 새의 눈빛 속 아청의 하늘을 기억할 것이다. 이 귀한 만남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 나는 이 새를 잘 모른다. 이 새의 이름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만나자마자 나는 이 새에게 '아청鴉靑'이라는 이름을 선뜻 지어주고 싶었다. 가까이 다가가 인정을 통하려면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기에, 그리고 곧바로 나는 '아청아~' '아청아~' 하고 부드럽게 이름을 불러주었다.. 2023. 8. 6.
종이배 접어 이 세상 청년에게 띄운다! 꽃이든 시든 산과 섬이든 오래 머물러 지긋이 봐야 해 가까이 가서 오래 보고 있으면 뭔가 보여 쏜살처럼 건성으로 지나치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긴 인생길도 아마 그럴지 몰라,) 여백을 여유를 느림느림 갖는 것 여기서 이때라야 기쁨이 행복이 살짝이 다가와 서두르면 뭐든 남는 게 없어 마냥 허무해 누구하고 든 언제 어디서나 다시 만나게 돼 그때를 위해 좋은 인연으로 함께 살아야 해 인생은 자랑할 게 별로 없어 자랑하려 하면 피곤해져 그냥 있는 대로 그냥 안분지족 그냥 사는 거야 일하는 존재로서가 아니라 인간적 존재로서의 길을 가보려 노력하는 거야 생명에 대한 외경과 우주적 존재의 일회성, 순간성도 가끔 한 번씩 생각해 보면서 인간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본질에 더 다가가고 싶으면 산문山門을 자주 들어서 봐,.. 2023.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