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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스페인에서 날아온 청년들과 대청봉에 오르다!

by 솔물새꽃 202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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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이들과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알 수 없는 인연으로 오가는 바람인지 모른다!
언제 다시 이들과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알 수 없는 인연으로 오가는 바람인지 모른다!

 

 

나는 한국의 산이 좋아 한국에 온다는 유럽의 젊은 친구들을 종종 산에서 만난다.

설악이든 북한산이든 지리산이든 먼 이국에서 온 이들을 만날 때면 정말 잘 해주고 싶다.
역지사지의 파토스가 쉬이 발동한 까닭이다.
낯선 이국 땅 생경한 길 깊은 산중을 찾아온 눈빛과 말이 다른 지구별 여행자들인데,
이 청년들은 더욱이 다시 언제 만날지 기약할 수 없는 나그네 여정인데,
이런 생각을 하면 따스한 인정과 연민을 품게 되고 금세 우리는 친구가 되고 만다.
이번 설악 대청 가는 길에서도 스페인에서 온 두 청년 플라보느와 크리스티앙을 만났다.
이심전심 많은 무언의 마음 대화를 하며 걸었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른다! 언어가 달라 맘대로 소통할 수 없을 때는 답답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통하는 구석이 많다.)
그리고 이 지구별에서 '오늘' 우리의 만남은 오직 '오늘'로 영영 끝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누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니까,
 

그리고 이 지구별에서 '오늘' 우리의 만남은 오직 '오늘'로 영영 끝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누었다.
그리고 이 지구별에서 '오늘' 우리의 만남은 오직 '오늘'로 영영 끝이 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누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날아온 이들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으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인연이라는 것을 서로 예감하며
뜻밖의 기적 같은 '오늘'의 인연을 감사하며 우리는 쉬이 산에서 하나가 된다.
이것이 또 다른 산의 힘이다. 산은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힘이 있다.
산에서 만난 이 청년들의 평강과 축복을 기도해주며 함께 손을 잡아주고 다시 가파른 산길을 걷다보면 친구가 된다.
유난히 어린아이 같은 맑은 영혼을 소유한 순수한 청년들!
서로의 이름과 나이를 묻고 하는 일과 관심 분야를 서로 얘기하고
앉아 쉴 때마다 물과 과일을 몇 조각씩 나누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얘기하고 알폰스 도데의 별과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도 얘기하면서
우주적 존재인 우리는 별인지도 새인지도 바람인지도 모른다고 들려주었다.
 

오늘의 하루가 깊은 안식의 품에 잠긴다!
오늘의 하루가 깊은 안식의 품에 잠긴다!

 
내가 건네준 작은 인정(빵 견과류 토마토 바나나 엿 나의 싸인 사진 시집)을
오래 간직하며 '미스터킴!'을 기억할 것이라고 청년들은 화답하기도 했다.
설악 대청에서 내려갈 줄 모른 채,
청년들은 광활한 설악의 능선과 초록바다의 여름산과 청명한 하늘과 흰구름과
기암절벽과 동해의 푸른 바다에 흠뻑 빠져들었다.
아름답다, 정말 놀랍다, 을 연발하며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서로 격려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사진을 서로 번갈아 찍어주고 우리의 만남을 기억할 사진을 함께 담았다.
 

스페인 두 청년은 나의 사진을 손수 담아주었고 그들의 스마트폰에도 담아 간직하려 하였다!
스페인 두 청년은 나의 사진을 손수 담아주었고 그들의 스마트폰에도 담아 간직하려 하였다!

 

우리는 원점회귀, 대청 중청을 돌아서 천불동계곡을 지나 다시 설악동까지

우렁찬 천불동 물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하늘과 여름산의 비경을 감상하며 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하산하였고

기약할 수도 알 수도 없는 앨버트로스 새의 먼 길을 날아올라야 했다.

플라보느라는 친구는 나의 눈자위에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다가

가까이 다가와 포옹을 해주면서 끝내 엉엉 울고 말았다.

리고 우리 셋은 마음 속 할 말을 다하지 못한 채 서럽게 헤어져야만 했다.

하루 해는 우리의 작별을 다 예감하고 있는 듯 노을 타올랐다!

 

나도 스페인 두 청년들도 언젠가 이곳에 와서 서로를 다시 부르며 기억하며 애틋한 연분을 애기할 것이리라!
나도 스페인 두 청년들도 언젠가 이곳에 와서 서로를 다시 부르며 기억하며 애틋한 연분을 애기할 것이리라!

 

짧은 만남 긴 작별의 필연 앞에서 거역할 수 없는 '오늘'의 길...
오래오래 잊지 않겠노라고, 늘 기억하며 사는 동안 축복하고 사랑하겠노라고, 마지막 작별을 하며 손을 흔들었다!
늘 우리 앞에는 기적 같은 '오늘'이 흐른다.
'오늘'을 사는 것이 인생인지 모른다.
그 흐름 위에 짧은 찰라의 만남과 영원한 이별의 강이 수많은 점처럼 이어 흐르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칠흑의 어둠속에서 하나의 어둠이 된다, 천태만상의 형상은 어둠을 덮고 잠들고 오직 밤하늘 별빛만 밤을 서성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칠흑의 어둠속에서 하나의 어둠이 된다, 천태만상의 형상은 어둠 속에 잠들고 오직 밤하늘 별빛만 반짝인다!

 

20230808, 솔물새꽃의 설악동일기에서

 

사막의 여행자, 무사 앗사리드에게 듣다!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