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동계곡의 물소리를 들어보라, 천불동물소리를 들으며 우렁찬 물줄기를 바라보며 천천히 아주 느리게 걸어보라, 숨차지 않게 느림느림 민달팽이 걸음으로 가벼이 걸어보라,
산을 '등산登山'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다! 산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다가오겠으나, 산의 숲에 들면 산의 바람 산의 향취 산 그늘에 퍼지는 햇살 새소리의 울림을 내 안에 고스란히 들여볼 일이다. 그리고 맘에 드는 어느 좋은 자리마다 앉아서 산을 느껴보는 것이다. 산의 품에 온전히 나를 맡겨보는 것이다.
천불동에 젖어보라, 천불동을 걸어보라, 천불동 아늑한 품에서 쉬어보라, 물소리가 내 안에 요동할 때까지 앉아 놀아보라, 지치고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천불동 물소리 바람소리 솔향기에 내맡겨보라, 천불동 천당폭포 앞에 두 발 뻗고 앉아보라, 쉬엄쉬엄 거닐어보라,
나는 천불동은 힐링과 쉼을 위한 최고의 산길이라 믿는다,
물이 있고 길이 있고 그늘이 있고 바람이 좋은 곳, 연신 떨어져 내리는 맑은 물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하얗고 청정한 옥구슬 구르는 물방울을 눈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숲그늘이 깊어서 청신한 바람이 여름이면 즐겨 찾는 곳, 길을 가다가 지치면 어디든 쉬어갈 수 있는 곳, 단 오분이면 등골에 찬바람이 스멀스멀 타고 내리는 곳, 함박꽃 핀 함박웃음을 들을 수 있는 곳, 계곡의 그윽한 정취와 숲의 안식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곳, 나의 마음을 비우면 텅 빈 가슴에 청정한 산의 기운을 듬뿍 담아 올 수 있는 곳이 설악동에서 천불동 가는 에덴의 길이다.
금년 여름, 어디 가서 조금 쉬어오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 천불동 계곡을 한 번 걸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음이 머물기 좋은 곳, 몸이 제일 좋아하는 맑은 물 청정한 바람 흐르는 곳, 잘 골라진 안전한 숲길과 선선하고 청명한 햇살과 바람, 무엇보다 물소리와 골바람이 으뜸인 곳이 천불동계곡 물흐르는 길이다. 온 가족이 함께 천천히 소풍을 즐기듯 거닐 수 있는 곳, 금상첨화錦上添花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설악동에서 무너미고개까지, 아니면 설악동에서 양폭산장까지, 설악동에서 천당폭포까지, 구태여 목표를 크게 미리 정하지 말고 체력이 허락하는 데까지 걸어보라, 가다가 목이 마르면 흐르는 물 떠 마시고, 길을 걷다가 숨차고 힘이 들면 무조건 물소리 좋은 산그늘에 앉아 쉬어보라, 아득한 푸른 하늘이 좋은 곳, 가끔 새소리가 들려오는 곳,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굽어볼 수 있는 깊은 계곡, 등산화를 벗고 잠시라도 발을 담글 수 있는 곳, 그곳에서 담아 온 냉커피를 마신다고 생각해 보라! 시끄러운 소음과 휘황한 간판의 불빛과 차량의 소음과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없는 그곳에서 냉커피와 토마토를 맛보며 새소리 물소리 솔향기를 내 안에 들여보아라, 이만한 힐링, 쉼, 회복을 어디서 누려보랴!
(천불동계곡 물은 하도 차가워서 단 일 분도 발을 담글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발을 담갔다 뺐다를 반복하며 어린아이처럼 그 순간을 즐겨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아無我와 망아忘我의 지경에 빠진다, 사사로운 자기 존재를 잊어보는 것이다. 물소리와 물이 흐르는 것에 마음 다 빼앗겨, 일상의 번잡한 생각들, 일상의 사소한 관계들, 직업적인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흐르는 계곡 물소리에 다 흘러 보낸다)
산을 찾는 일은 산을 만나는 일이다. 오래오래 산을 즐기며 산과 호흡하는 일이다, 산의 숨결을 느끼고 산의 소리와 산의 뜻을 읽는 일이다.
산문에 들어 산의 품에 안겨 산의 향취를 맛보며 산의 마음을 느껴보는 일, 어떻게 쏜살같이 숨차게 쫓기듯이 오직 정상을 향하여 허덕이며 기어오르는 것만을 산행이라 할 수 있으랴, 어떻게 산행이 정상 표비석 앞에서 사진 담는 것에 있으랴, 산은 운동하는 곳이 아니다, 산은 마음을 맑히는 곳이요, 영혼의 안식을 누리는 곳이다. 산은 순결한 자신의 천성을 회복하는 태고의 모성이니까,
설악동을 나서 비선대와 양폭산장과 귀면암과 오련폭포와 천당폭포와 무너미고개로 향하는 길, 너럭바위를 시원스럽게 타고 내리는 물줄기와 물소리와 계곡 양안의 기암절벽, 고봉암벽마다 생명을 지켜가는 늠름한 설악의 금강송과 솔향기, 햇살 좋은 곳마다 피어난 야생화와 놀아보는 길이 천불동계곡이다. 싸목싸목 걷기 좋은 곳, 산그늘이 좋아서 여름인데도 초가을 상큼한 복숭아맛을 누릴 수 있는 곳, 어디든 앉아 쉬어가기 좋은 곳, 물소리가 좋은 곳, 흐르는 물줄기를 굽어보고 있으면 절로 잠에 빠져드는 곳!
설악동 인근에 알맞은 숙소를 마련해놓고 생수와 (나는 설악이나 지리산을 갈 때면 물을 무겁게 여러 병 가져가지 않는다. 물이 부족하면 빈 병에 계곡의 물을 받아 마시면 되는 까닭이다. 아직까지 지리산과 설악산을 수십 번 다녔지만 손바가지로 떠 마신 물로 인해 탈이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토마토나 오이, 물에 타 마시는 미숫가루나 생식 가볍게 구비하여 산에서 종일 놀아보는 것이다. 설악동에서 천불동계곡을 걷는 길은 별로 가파르지 않아서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자신의 체력이 허락하지 않으면 물소리 좋은 숲 그늘에 앉아서 발 담그고 앉아 놀면 그만이다. 놀다가 더 걷고 싶으면 체력이 허락하는 데까지 천당폭포든 무너미고개든 신선대든 희운각대피소까지라도 걸어오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벽 동이 터오면 비룡폭포와 토왕성폭포를 걸어올 수가 있고, 해거름이면 울산바위까지 가볍게 걸어 동해와 강릉과 속초와 고성까지 설악의 기슭에 기대어 사는 세상도 굽어볼 수 있다. 이곳을 갈 때면 물 한 병과 사과 두어 쪽이면 그만이다. 빈 몸으로 면장갑만 준비하여 아주 간단하게 백팩 하나 메고 나서면 되는 길이다.
이 여름, 혹 어디를 가서 쉬어올까,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권하고 싶은 길이다. 자칫 피서가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 많은 데보다는 아무 때나 산을 내 안에 들일 수 있는 곳, 물소리와 옥구슬 구르는 맑은 물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천불동계곡을 슬며시 가서 쉬어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늘이 좋고 물소리 좋은 함박꽃그늘에 앉아보고 누워보고, 발도 담가보며 산의 기운 산의 마음 듬뿍 담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설악의 선선한 바람과 맑은 물소리가 여름이 가는 내내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줄 것이리라,
2박 3일, 첫날은 설악동과 신흥사 주변이나 비룡폭포 가는 길을 가벼이 산책하고, 1박 후 둘째 날은 천불동계곡에서 놀다오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날은 울산바위를 걷고 천불동 물소리가 아쉬우면 한 두어 시간만 걷다가 동해 파돗소리 들리는 속초나 고성에 가서 점심을 먹고 늦은 해거름 설악의 산그림자를 돌아보며 오는 것이다.
문제는 마음의 여유다, 산은 좋은 데, 산은 기다리는 데, 우리의 마음에 여유와 여백이 없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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