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얼레지꽃!
강진 백운동 별서 원림(白雲洞別墅園林) 자이당自怡堂에* 오래 앉아
월출산* 비경 옥판봉만 바라보다가
구정봉과 천황봉과 구름다리로 이어진 월출의 기암영봉을 걸어보려 산문을 서서히 나선다.
참 산인은 산을 오르지 않는다는 말을 지긋이 음미하며
산 그림자 산기슭을 길게 배회할 때까지 쳐다만 보다가
월출산 깊고 높은 곳으로 나비 훨훨 날아본다. (나는 아무래도 참 산인은 될 수 없는가 보다.)
강진 성전 경포대에서 시작하여
바람재 구정봉 옥판봉 천황봉 구름다리로 이어진 산행이다.
아~! 구정봉에서 옥판봉 향하는 가파른 능선 그늘
군락 자생하는 얼레지꽃를 만날 줄이야,
이 가녀린 꽃은 어느 먼 별에서 왔을꼬...!
얼레지꽃,
그대는
어찌하여
이리도 고운가
청순하고
소박하고
단출한가
조촐하고
수수하고
소담하기 그지없는가
그대는
어찌하여
이리도 애틋할까
담박하고
청초하고
겸손하게
고개숙인
수줍은 시악시 동백의 눈물인가,
얼레지는 고졸(古拙)한 꽃이다,
외로워도 서럽지 않은 꽃이다,
은은한 기품과 은일지사의 청정한 고독, 무욕 무위의 물빛 눈망울,
겸비한 눈빛 외로이 고개 숙인 얼레지꽃!
가녀린 꽃대궁 아침 햇살에 방긋이 피었다가
그늘진 응달이면 옷매무새 단정히 고르는 가냘픈 여인 같은 꽃!
월출산의 봄 얼레지꽃!
*강진 백운동白雲洞 별서別墅 원림園林 :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자락 녹차밭과 무위사 인근에 위치한 남도 최고의 자연 원림이다. '별서'는 농장이나 텃밭이 있는 부근에 지은 작은 별장이나 농막을 일컫는 말이고, '원림'은 중국이나 일본의 정원과 다른 자연의 숲 그대로 경계를 구분 않고 뜰 안에 들여놓은 자연과 하나가 된 정원을 뜻한다. 은일 영일 은둔 무위 무욕 자연 조화의 쉼을 추구하여 벼슬을 포기하고 자연에 은거한 처사處士의 행랑인 것이다.
강진백운동별서원림은 조선 중기 이담로(聃老, 1627~1701) 처사(벼슬을 하지 않고 죽림에 묻혀 시와 학문에 전념한 문인)가 조성하여 머문 곳으로, 담양 소쇄원, 보길도 부용동 세연정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일컫는 곳이다. 당대 최고의 지성 다산 정약용 선생과 초의선사가 즐겨 소풍을 간 곳이기도 하다. 역시 옛 처사의 낭만과 풍류와 멋이 물씬한 원림이다. 이들은 월출산 자락에 다원을 일궈 차茶를 즐기며, 영혼의 그윽한 향취 스민 담론을 나누며, 선풍의 고상한 한시를 지으며, 백운동과 월출산의 정기 감도는 생의 여수를 한때나마 달래며 살았던 것이다.
* 자이당自怡堂 : 저절로 마음에 기쁨과 즐거움이 일어나는 별당이란 뜻으로, 처사 이담로가 혼자서 즐거움을 누리는
독락당獨樂堂.
* 월출산 : 전라남도 영암과 강진을 잇는 남도정의 금강산이라 일컬을 만한 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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