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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제석봉 산오이풀꽃은 어디로 다 갔을까!

by 솔물새꽃 2023.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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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성한 산오이풀꽃 산국 쑥부쟁이 동자꽃은 어디로 다 갔을까! 가을이 오는 자연의 길에서 인생의 길도 읽어야 할 것이리라!
그 무성한 산오이풀꽃 산국 쑥부쟁이 동자꽃은 어디로 다 갔을까! 가을이 오는 자연의 길에서 인생의 길도 읽어야 할 것이리라!

智異山, 아주 특별한() 지혜()를 주는 지리산!

지리산은 그 어떤 경전보다도 그 어떤 잠언이나 명상록보다도 아주 특별한 지혜를 교훈하는 산이다. 산문에 들어서면 항상 고향의 아늑한 포근함이 끼쳐온다. 얼마나 살가운 눈빛인지 모른다. 세상 어디서 이 융숭한 눈물의 흥건함 젖어보랴. 산의 숨결 산의 향취 산의 빛에 반응해 보라, 은 어느 때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가슴을 열어주는 무등無等의 인품이다. 은 세상 번뇌 질고 훤화 염려 애통함 다 씻어주는 청량한 물(소리)을 품은 해인海印의 흉중이다.

 

가을 황갈색 추초秋草들의 마른 눈빛 다 말라버린 나신裸身의 형해形骸는 무욕의 청정한 자연의 길을 훤히 비춰준다.
가을 황갈색 추초秋草의 마른 눈빛, 다 말라버린 나신裸身의 형해形骸는 무욕의 청정한 자연의 길을 훤히 비춰준다.

 

특히 시월상달 천왕봉 가는 제석봉 길은 하늘 가는 길이다. 그 길 끝은 분명 하늘에 닿아 있다. 지상의 모든 길은 하늘에 닿아 있는 것을 천왕봉 가는 제석봉 길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은 가을빛 완연한 쓸쓸하고 외롭고 고독한 존재의 심연으로 몰입하는 길이다. 내가 한 마리 나비가 되고 한 마리 갈까마귀가 되는 환몽의 길이다. 내 유년의 아청鴉靑 강이 흐르고 먼 하늘이 흐르는 길이다. 특히 황갈색 추초秋草의 다 말라버린 눈빛 마른 나신裸身의 형해形骸는 무욕의 청정한 자연의 길을 훤히 비춰준다. 얼마나 진실하고 투명한 가르침인가!

 

연하봉 건너가는 길에 핀 봄 여름 지리산 야생화들은 어디로 다 갔을까...!
연하봉 건너가는 길에 핀 봄 여름 지리산 야생화들은 어디로 다 가고 벌써 가을의 애상이 자욱하단 말인가!

 

그 무성한 산오이풀꽃 산국 쑥부쟁이 동자꽃은 어디로 다 갔을까! 북쪽에서 달려온 이른 서리바람은 초목의 눈망울에 어린 눈물 한 톨마저 다 말려버렸다. 산오이풀꽃 용담꽃 산국 쑥부쟁이 구절초 참취 노루오줌꽃... 지리산 가을 야생화의 앙상한 얼굴을 어르며 쓰다듬으며 걷노라면 담담히 가야 할 나의 길이 보인다. 가을 들풀의 길이나 내가 가야 할 길이나 한 가지일 테니까, 허허로운 잿빛 상념이 가을햇살에 투명해질 때면 어느새 천왕봉 턱밑에 나는 와 있다.

 

긴 겨울 북쪽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의 길이 될 터인데, 가을은 서둘러 겨울맞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긴 겨울 북쪽에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의 길이 될 터인데, 가을은 서둘러 겨울맞이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가을 산등성이 작은 돌탑은 하늘을 향한 이땅의 애틋한 기도문의 마지막 언어처럼 호젓하다!
가을 산등성이 작은 돌탑은 하늘을 향한 이땅의 애틋한 기도문의 마지막 언어처럼 호젓하고 간절하다!
제석봉 산국과 쑥부쟁이의 가을은 빨리도 왔다 빨리도 서둘러 간다. 지리산 천왕봉 가는 길 가을은 항상 일찍 온다. 인생의 가을처럼 쏜살같다!
제석봉 산국과 쑥부쟁이의 가을은 빨리도 왔다 빨리도 서둘러 간다. 지리산 천왕봉 가는 길 가을은 항상 일찍 온다. 인생의 가을처럼 쏜살같이 간다!
세석평전 용담꽃 눈망울은 가을이면 더 깊고 더 처연하고 더 그윽하다!
세석평전 용담꽃 눈망울은 가을이면 더 깊고 더 처연하고 더 그윽하다!
아청의 가을 하늘과 황갈색 가을의 연하봉! 계절의 변화와 해와 달의 흐름이 산처럼 극명하게 드러나랴...!
아청의 가을 하늘과 황갈색 가을의 연하봉! 계절의 변화와 해와 달의 흐름이 산처럼 극명하게 드러나랴...!

 

나는 지리산 제석봉 길과 연하봉 길을 걸을 때면 틀림없이 ''를 잃어버린 방랑자가 된다. 사통팔달 일망무애一望無碍의 활달豁達한 지리산의 크고 높고 드넓은 가슴에 안겨보는 황홀한 해조의 아늑함을 누리는 탓이다. '나'를 잊어버렸기에 존재의 자유와 해방의 참 맛을 누린다. 나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행복하랴!

 

세석을 나서 연하봉과 제석봉 길을 걸을 때면 나는 느림느림 민달팽이가 되고 하늘하늘 하늘을 날으는 흰나비 되어 가벼이 가벼이 꿈길을 간다. 산등성이 오르면 산이 흐르고 멀리 산 너머 또 산이 흐르는 만학천봉萬壑千峯을 첩첩이 두른 지리산! 내가 지리산 산문에 드는 것은 그 길 끝 천왕봉에 앉아 오래도록 하늘에 닿아 있고 싶은 까닭이다.

 

연하봉과 제석봉 길을 걸을 때면 나는 느림느림 민달팽이가 되고 하늘을 빙빙 도는 흰나비가 되고 노랑나비 되어 하늘을 날 듯 꿈길을 간다.
연하봉과 제석봉 길을 걸을 때면 나는 느림느림 민달팽이가 되고 하늘을 빙빙 도는 흰나비가 되고 노랑나비 되어 하늘을 날 듯 꿈길을 간다.

 

다음 주초에 지리산을 간다는 친구 생각이 떠올라 몇 자 적는다.

 

노붕우께!

 

가을 지리산을

몸맘에 가득 담아 오시게

 

사는 동안

지리산을 기다리고

지리산을 그리워하며

사는 사람은 무척 행복한 사람일 것일세

 

어제도 오늘도 '고도'를 기다리며 사는 길이

내일도 '고도'가 올 것을 믿고 기다리며 사는 길이

어쩌면 우리의 이 흐르는 길일 테니까

 

사는 길이 무엇이리오

사는 길이 그 무엇이리오

 

기다리며

기다리며

지나온 길이 그대와 나의 이었다고 믿으면 안 될까

 

지리산을 걸으면 '나'를 잠시라도 잊어버릴 수 있기에 존재의 자유와 해방의 참 맛을 누린다.
지리산을 걸으면 '나'를 잠시라도 잊어버릴 수 있기에 존재의 자유와 해방의 참 맛을 누린다.

 

믿는다는 것!

나를, 너를, 영원을, '고도'를 믿는다는 것!

그 믿음이 지금까지 여전히

나를 이끌고 나를 지켜주고 내 生의 질그릇을 채워준 길이었네

그 믿음이 나의 신앙이요 희망이요 짧은 행복의 순간이었다네

 

그러므로 나의 믿음은

늘 긍정의 바라봄이요

늘 긍정의 기다림이요

늘 가난해도 결코 가난할 수 없는

희망의 말이요 언어요 상상이었다네

 

내일도 '고도'가 올 것을 믿고 기다리며 사는 길이 어쩌면 우리의 生이 흐르는 길일 테니까!
내일도 '고도'가 올 것을 믿고 기다리며 사는 길이 어쩌면 우리의 生이 흐르는 길일 테니까!

 

시월상달이 다 저물기 전에

가을 지리산 그윽한 산문으로 향하는

나의 벗 경채와 동행하는 세 분의 행복한 산행을 빌어본다.

벗의 가을이 지리산의 가을처럼 곱디곱게 깊어지길 기원한다네!

 

*지난 봄과 여름이 머물다 간 제석봉 길과 연하봉 길의 산오풀꽃과 쑥부쟁이와 지리산 야생화를 되돌아본다! 지금은 가을이 가려한다. 세월의 덧없음과 변화무상함이 온 감각에 역력히 스민다!

 

 

20231030,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