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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산이여, 사랑이여!

by 솔물새꽃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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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아는 길에서 가슴으로 느끼는 길로 나아가는 길이 산의 길이 아닐까!
머리로 아는 길에서 가슴으로 느끼는 길로 나아가는 길이 산의 길이 아닐까!

산이여, 사랑이여!

 

나는 오늘, 다시 불암 영봉에 앉아 '자연의 길'을 묵상한다.

'사람의 길'이 ‘자연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을 한사코 경계한

현철의 깊은 뜻에 한번 닿아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피어난 것이다.

 

비 갠 아침 서울 근교 산문에 들어

청량한 비바람에 쓸려오는 물안개의 달콤한 감촉을 맛보는 일은

장중한 산의 정취를 누려보지 않으면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희열일 것임에 틀림없는 까닭이다.

 

산의 등줄기와 가슴을 타고 내리는 물처럼

이골저골 숲의 고요를 흔들어 깨우는 새들처럼

형형색색 철철이 피고 지는 야성의 산꽃처럼

기암절애의 바위를 가르고 뚫어

흙과 물이 닿는 곳까지 목숨의 뿌리 깊게 서려두는 금강송처럼

천고의 빛이 올 때까지 별과 달이 스쳐가는 소리 들릴 때까지

태고의 천성을 포기하지 않는 옹골찬 산의 기운이 산안개로 피어오를 때까지

천연여질天然麗質, 호연지기浩然之氣의 덕성을 다 보여주고 들려주는 산의 위의威儀!

山은 지고至高한 자연의 길과 인간의 길을 함축한 은유의 세계이리라,

 

나는 오늘, 다시 불암 영봉에 앉아 '자연의 길'과 '사람의 길'을 묵상한다.
나는 오늘, 다시 불암 영봉에 앉아 '자연의 길'과 '사람의 길'을 묵상한다.

산은 소리 없는 무언의 잠언이요, 글자 없는 경전이 아니랴!

산처럼 은근한 끌림이 어디 있으랴,

산처럼 은은한 빛흘림이 어디 있으랴,

산처럼 융숭한 아늑함이 어디 있으랴,

 

높고 높도다 높으시도다, 산의 지고한 덕성을 예찬하고 싶다.

깊고 깊도다 깊으시도다, 산의 알 수 없는 사랑을 외쳐 찬송하고 싶다.

넓고 넓도다 넓으시도다, 산의 끝이 없는 아량을 감탄하고 싶다.

 

솔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꽃처럼 새처럼 사는 길이,

몸으로 맘으로 몸소 행하며 사는 길이 마땅히 가야 할 자연의 길이라는 것을,

이 자연의 길이 결국엔 사람의 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슴으로 뜨겁게 감촉하고 싶은 것이다.

 

천성(天性)대로 천연여질 고이 지켜내는 저 숭고한 산의 형상! 범접할 수 없는 산의 위의威儀!
천성(天性)대로 천연여질 고이 지켜내는 저 숭고한 산의 형상! 범접할 수 없는 산의 위의威儀!

 

만학천봉(萬壑千峰) 골골이 숲을 이룬

떡갈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 나무

세석의 오이풀꽃 장터목 가을 산국을 보라,

천성(天性)대로 유무상생(有無相生) 다하는

저 숭고한 몸짓과 겨울 대청봉의 적요(寂寥)

바람 불면 바람과 더불어 흔들리고

눈이 오면 눈을 덮고,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서로 온기(溫氣) 나누며 품에 안아주고 노래로 화답하는 나무와 새들을 보라,

저 목숨들의 기막힌 해조諧調의 어울림을 보라,

우리가 저 산의 자연스러운 춤사위에 끼어 얼굴 비비고 어깨 나란히 살면 아니 되랴,

 

산이여 ! 큰 가슴 큰 아량의 도덕을 보여주는 사랑이여 !
산이여 ! 큰 가슴 큰 아량의 도덕을 보여주는 사랑이여 !

 

산이여! 가슴 맑게 하는 사랑이여!

철철이 청정무구(淸淨無垢)한 얼굴로

호연지기(浩然之氣) 늠름한 포부를 품고

고고(孤高)한 함량을 쌓아온 산이여!

인정(人情) 도타운 따뜻한 사랑이여!

사시장철 꽃 피고 꽃 지는 소리에

가슴 절로 깊어가는 가슴 절로 높아가는 산이여!

세상 훤화(喧譁), 고뇌 깊은 한숨까지도

마음 열어 들어주고 안아주는 무등(無等)의 사랑이여!

 

세상 훤화, 고뇌 깊은 한숨까지도 씻어 맑혀주는 산의 너그러움과 의연함을 닮으려 불암산 영봉을 바라본다!
세상 훤화, 고뇌 깊은 한숨까지도 씻어 맑혀주는 산의 너그러움과 의연함을 닮으려 불암산 영봉을 바라본다!

 

우리가 그윽한 산의 큰 가슴을 닮아

낮고 높음이 많고 적음이 없는 대동(大同) 세상 이루어 살면 얼마나 좋으랴,

산이여, 사랑이여, 조화 평등의 절정이여!

 

 

20230925, 솔물새꽃의 산문에 앉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