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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음에서 쓸모 있음을 보라!

by 솔물새꽃 202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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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처럼 물들 수 없을까...절로절로 익어가는 가을처럼 어른이 될 수 없을까!
가을 단풍처럼 물들 수 없을까...절로절로 익어가는 가을처럼 어른이 될 수 없을까!

 

쓸모없음에서 쓸모 있음을 보는 혜안과 기다림의 인내를 기르자! 
한 세상인데 '쓸모 있음의 쓸모'만 알고 '쓸모없음의 쓸모'를 모른다면,
그 쓸모로만 지식을 사람을 자연을 취사선택하고 평가하고 판단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것이랴!
장자의 <장자>를 읽다가 잠시 눈을 돌려 몇 자 적어본다.

 

罪人
 
- 김삼규
 
 
이 세상은 罪人 아닌 罪人들로 범람한다
 
자식의 소원을 다 들어주지 못한 아빠는 罪人 아닌 罪人이 되고
학교 공부를 못한 아들은 罪人 아닌 罪人이 되고
돈을 벌지 못한 가장은 罪人 아닌 罪人이 되고
용기가 없어 고백하지 못한 사랑은 罪人 아닌 罪人이 되고
 
이 세상은 아무 쓸모가 없으면 罪人 아닌 罪人이 되고
罪人이 되어 창살 없는 감옥에서 罪人으로 살아야 한다

 

라일락 고엽을 가까이 하면 가슴이 아린다. 목마름으로 타들어가는 진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라일락 고엽을 가까이 하면 가슴이 아린다. 목마름으로 타들어가는 진통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능력이 없다고 핀잔만 듣는 회사원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학벌이 없어서 학력이 짧아서 진급하지 못한 가장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맘씨는 고우나 돈이 없어 결혼하지 못한 청년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반듯한 직장이 없어서 가난해서 아이를 못 낳는 신혼의 꿈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가진 돈이 없어 자식들 도와주지 못한 부모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고생고생하여 자식들 다 키운 뒤에 요양원 간 부모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대기업 입사하지 못한 대학 졸업생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공무원 시험에 매번 떨어지는 취준생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돈도 배경도 직장도 부모도 변변치 못해 결혼 못한 젊은이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허리 구부정한 늙은이도 입성이 곱지 못한 늙은이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월세 메우려고 골목골목 빈 박스 모으는 가난한 노인도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쓸모없어도 쓸모 있는 죄인으로 살 수 없을까!
한세상 &#39;쓸모없는 사람&#39;일지라도 그 &#39;쓸모&#39;를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39;쓸모&#39;를 판단하는 지혜와 아량으로 쓸모없는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한세상 '쓸모없는 사람'일지라도 그 '쓸모'를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쓸모'를 판단하는 지혜와 아량으로 쓸모없는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쓸모없어도 쓸모 있는 사람으로 살 수 없을까,
 
아, 이 세상은 아무 쓸모가 없으면 罪人이 되는구나,
罪人이 되는구나, 이 세상 어디서도 환대받지 못한 罪人이 되고 마는구나
사는 길은 罪人이 되어가는 길이로구나
누구나 罪人으로 처음부터 난 것이 아닐 것인데
누구나 罪人된 것은 자신이나 부모의 罪로 인한 것이 아닐 것인데
어찌하여 이 세상은 수많은 罪人을 양산하는 것일까
 
하늘이여, 이 罪人들을 용서하여 주소서
하늘이여, 이 罪人들의 罪를 다 씻어주소서
이 罪人들 중에 가난한 이웃을 돕는 천사도 있고
이 罪人들 중에 달동네 독거노인 하루 양식을 배달하는 善한 사람도 있고
이 罪人들이 세상 맑히고 메마른 세상 밝히는 이 세상 의로운 청지기일 텐데
 
쓸모없는 사람일지라도 쓸모 있는 罪人으로 살 수 없을까
어찌하여 사람들은 ‘쓸모 있음의 쓸모’만 보고 ‘쓸모없음의 쓸모’는 모르는가*
쓸모없는 나무가 장수하고 못생긴 꼽추 지리소가 본래 모양으로 오래 사는 것을...
 

떨어진 낙엽들을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낙엽이 물들어 사라지는 가을이 무슨 소용이랴!
떨어진 낙엽들을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낙엽이 물들어 사라지는 가을이 무슨 소용이랴!

 
월급이 적다고 연봉이 적다고 공부를 못 한다고 요양원 신세 진다고 집이 없다고 가난하다고 돈이 없다고 罪人 아닌 罪人으로 나 홀로 숨어 살고 돈벌이가 없어서 능력이 없어서 학벌이 없어서 배운 것이 없어서 아는 것이 미천해서 여전히 키가 작아서 아직도 S라인이 아니라서 얼굴 성형을 못 해서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살고 전라도라서 강원도라서 강북이라서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서 지방대 출신이라서 여자라서 비정규직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집이 없다고 은행 신용도가 낮다고 가난하다고 최저생계비 보조를 받는다고 罪人 아닌 罪人으로 내몰리는 세상
 
罪人 아닌 罪人으로 사는 사람들이
罪人 아닌 罪人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이
物神의 偶像 앞에 비틀거리는 허허한 세상 휘황한 수도 서울의 거리
 

거리거리마다 집집마다 모든 사람들이 일손을 멈추고 바쁜 발길을 멈추고 알알이 익어가고 잎잎이 물들어 떨어지는 가을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리거리마다 집집마다 모든 사람들이 일손을 놓고 바쁜 발길을 멈추고 알알이 익어가고 잎잎이 물들어 떨어지는 가을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이 세상은 아무 쓸모가 없으면 罪人 아닌 罪人이 되는구나
罪人으로 살아야 하는구나, 이 세상에 별 볼 일 없는 罪人이 되는구나
 
쓸모없는 사람일지라도 세상 구석구석 쓸모 있는 罪人들이 많은데
쓸모 있는 사람들만 사는 세상이라면 이 세상은 얼마나 밋밋할까
 
(아,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아, 나 남이 없는 것 나 가질 수 있네)*
 
세상은 罪人들이 많아서 찬란한 공화국이로구나!
 

지리산 장터목에서 하동바위까지 걷는 내리막 길은 가을이 불타고 있었다. 자연은 그 무엇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
지리산 장터목에서 하동바위까지 걷는 내리막 길은 가을이 불타고 있었다. 자연은 그 무엇도 쓸모없는 것이 없다!

 
*<莊子> ‘인간세’ 편의 ‘쓸모없는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복음성가 ‘나 가진 재물 없으나’ 에서 인용.
 
20231106, 오금동 우거에서 솔물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