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제석봉, 황톳빛 가을이었을 거야!
제석봉 가는, 어느 황톳빛 늦은 가을길이었을 거야, 귀에 익은 정갈한 물소리 눈에 익은 그윽한 숲길 세상 그 어디서 이런 아늑한 품에 안겨보았으랴, 무엇이 이보다 더 반가우랴 반가우랴, 이리도 맑은 물빛 인정을 어디서 누려보랴 어디서 누려보랴, 심중에 남아 있던 상념이 다 사라지고, 오만 생각과 말과 근심도 다 스러져버린 텅 빈 가을 하늘 노을이었을 거야, 무심히 들어서고 있었을 거야, 산으로... 백무동으로 노란 산국의 반가운 시선을 따라 한신계곡 물의 가슴으로 들어서고 있었을 거야, 그렇게 나의 지리산의 가을은 나를 부르고 있었을 거야. 나를 부를 때면 늘 그랬듯이, 물빛 물의 노래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귀에 익은 정갈한 물소리 눈에 익은 그윽한 숲길 세상 그 어디서 이런 아늑한 품에 안겨보았..
2023.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