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느림 봄의 길을 걷자!
느림느림 봄의 길을 걷자, 가다가다 팍팍하면 종달새 아지랑이 꽃그늘에 쉬어가자. 자연의 길은 느림, 노닒, 기다림, 미음완보微吟緩步, 민달팽이의 길이다. 느림과 노닒의 철학을 회복하면 지난 날의 먼 향기, 내일의 설렘까지도 모두 다 음미할 수 있다. 나는 남도 구불구불 한 봄의 길을 거닐면서 보았다. 자연의 길은 곡선이다. 자연의 얼굴은 점과 점이 이어진 구불구불한 선의 연속이다. 우리 몸의 피의 흐름이 그렇고, 대지를 흐르는 물의 흐름이 그렇고, 산과 강의 길이 그렇다. 오래된 논두렁과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 집과 집을 이어주는 골목길, 마을에서 들로 가는 길과 마을에서 산으로 가는 길, 강과 강 언덕으로 이어진 모든 길이 곡선이다. 하늘과 산이 만나는 등고선이 그렇고, 하늘과 대지가 만나는 지평..
2023.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