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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제주살이', 모슬포 산이수동에서 배우다!

by 솔물새꽃 2023.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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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 산이수동에서 '제주살이'('모슬포살이')를 통해 배우다!
모슬포 산이수동에서 '제주살이'('모슬포살이')를 통해 배우다!

모슬포 산이수동에서 '제주살이'(모슬포살이)를 통해 배우다 - 하늘을 땅을 바다를 흔들고 송악산과 산방산과 한라와 탐라의 영토를 깨우는 저 가슴 저 가슴이 부서져 내리는 파도의 절규를 보라 파도의 소멸을 보라 파도의 염결(廉潔)한 헌신을 보라 형제섬의 늠연(凜然)한 자태를 보라,

 

바다로 살자, 바다가 되자, - 김삼규

 

(어찌하랴... 우주의 숨결이요, 울렁이는 우주의 심장이 들썩이는 일인데, 다만 다만 조심하고 지혜롭게 대응해야지! 태풍 ‘힌남노가 착하게 순하게 부드럽게 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나가리라 믿는다, 이 믿음이 전달되도록 기도해야지! 그대가 보내준 영상을 보면서 숨도 쉬지 않고 적어 보았다네, 무사하게 지나가고 있을 것이네, 크게 걱정 말아요, 더불어 더 좋은 일도 따라올 것이네, 풍랑과 태풍이 지나고 나면 더 맑은 바다로 그대를 부를 것이네)

 

다정한 형제섬, 눈 뜨면 바라보는 그리움의 거리!
다정한 형제섬, 눈 뜨면 바라보는 그리움의 거리!

산이 온다 북악 같은 설악 같은 능선이 온다 도도한 당당한 흐름이 밀려온다 용융(熔融)하는 지구의 가슴이 온다 울렁이는 들썩이는 우주의 숨결이 온다 부서지기 위해 장렬히 부서지기 위해 일어서고 다시 일어서는 파도의 위용 지칠 줄 모르고 넘어지고 쓰러지며 다시 새 힘 새 함성으로 일어나 외치며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 태풍이라고 놀라지 말아라 두려워하지 말아라 답답한 지구의 가슴이 숨통을 뚫고 부르짖는 고성을 들으며 안으로 안으로 잠잠할 일이다

 

하늘을 땅을 바다를 흔들고 송악산과 산방산과 한라와 탐라의 영토를 깨우는 저 가슴 저 가슴이 부서져 내리는 파도의 절규를 보라 파도의 소멸을 보라 파도의 염결(廉潔)한 헌신을 보라 형제섬의 늠연(凜然)한 자태를 보라 저 작은 팔로 부둥켜안고 저 양 건각으로 버텨내는 형제섬의 인내를 보라 형제섬의 결의를 보라 태풍과 풍랑과 파도가 없는 바다가 어디 바다이랴 어디 짜디짠 생애(生涯)라 할 수 있으랴 너울너울 너울거리는 바다의 춤을 따라 우리도 춤이 되자 파도가 되자 태풍이 되자 부서지고 쓰러져서 정결하게 거듭나는 부활의 바다를 닮자 한마당 바다의 춤판에서 함께 섞여 놀아보자

 

산이수동 마을 '마르마레' 스페인 레스토랑 앞 형제섬은 언제나 변함없는 바다의 눈빛으로 기다린다!
산이수동 마을 '마르마레' 스페인 레스토랑 앞 형제섬은 언제나 변함없는 바다의 눈빛으로 기다린다!

바로 이때다 바로 지금이다 우리 안의 미움과 증오와 분노 우리 안의 뿌리 깊은 원망과 슬픔과 나태와 무지 우리를 결박하는 내 안의 탐욕과 교만과 안일의 부유물 썩은 오수를 다 토해내어 분출하는 분화구에 태워 날려버리자 저 태풍이 저 풍랑이 일어나 부서지듯이 우리의 가슴속 수치와 오욕을 다 씻어버리자 옹골찬 파도의 칼로 그 근원을 도려내어 염장(鹽藏)해버리자 깊이깊이 수장해 버리자

 

그리하여 그리하여 바다의 가슴속에서 산산이 부서지는 가루가루 가루가 되자 맑고 간간한 바다의 정신으로 돌아오자 바다로 살자 쩨쩨하게 살지 말고 큰 바다로 살자 가슴 시원하고 가슴 드넓은 싱싱한 열린 바다로 살자 큰 가슴 바다로 살자

 

바다와 파도와 하나가 되자 바다가 일어날 때 함께 일어나고 바다가 쓰러질 때 함께 쓰러지는 환희의 축제가 되자 황홀한 하나가 되자 부서져 새로이 일어서는 춤이 되자 축제가 되자 죽어서 새로이 태어나는 새 생명의 근골(筋骨)이 되자 맑은 파도의 노래가 되자 잔잔한 가슴이 되자 깊디깊은 바다가 되자 맑디맑은 바다가 되자 드높은 하늘이 되자

 

용융하는 아침 노을! 어둠을 살라먹고 모슬포 산이수동을 깨우는 저 융융한 흐름을 보라!
용융하는 아침 노을! 어둠을 살라먹고 모슬포 산이수동을 깨우는 저 융융한 흐름을 보라!

*제주 모슬포에 사는 제자 덕분에 보름 가까이 송악산 인근 산이수동 토속 마을에서 제주살이(모슬포살이)를 뜬금없이 하게 되었다. 퇴직 이후 '가르치는 삶'에서 '배우는 삶'으로의 전환을 모색해 가는 시점이었는데, 한 달 가까운 남도체험 이후 모슬포 살이를 연이어하면서 혼자만의 생활 가운데서 자연을 배우고, 혼자서 읽고 보고 쓰고 생각하는 '유목인'(노마디즘)의 실제적인 삶을 이어가는 모험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의 한라산 등반을 제외하고는 대정읍 모슬포 인근을 벗어나지 않고 모슬포와 형제섬과 송악산과 가파도를 걸어서 걸어서 구석구석 느껴본 보름 간의 모슬포 체험은 놀라운 발견과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특히 제주곶자왈 체험은 제주의 그윽한 시간과의 만남이었다. 제주와 이 땅의 산 자들이 나아가야 할 오래된 미래의 모습을 확인한 사건이었다(?). 한 군데 오래 머물며 시간의 여유를 누리는 일은 세계와 대상에 대해 마음을 여는 일이었다. 한 세계와 대상을 더 깊이 이해하는 일임을 실감하였다. 차로 혹은 바쁘게 지나칠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형제섬은 천의 얼굴 천의 눈빛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무엇이랴, 모르는 것을 알 뿐이다!
언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형제섬은 천의 얼굴 천의 눈빛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무엇이랴, 모르는 것을 알 뿐이다!

이 놀라운 체험을 도와준 제자는 그 이후 산이수동의 바다와 형제섬과 서귀포와 한라산과 산방산과 송악산의 풍경을 매일 아침 sns로 보내주고 있는데, 오늘 아침은 형제섬 주변과 산이수동 마을 앞바다와 마르마레 스페인 레스토랑까지 접근한 집채만 한 태풍 ‘힌남노‘힌남노’의 위력을 영상으로 보내왔다. 그 집채만 한 풍랑의 춤과 장쾌한 절규를 생생하게 들으며 또 들으며 바다가 저리도 너울거리는 것을 처음 보았기에 단숨에 적어보았다. ‘힌남노가 무사히 무사히 순하고 부드럽게 지나가 주기를 기도하면서...*

 

 

(솔물새꽃의 모슬포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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