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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

오금동산을 옴팡지게 안아 보다!

by 솔물새꽃 2023.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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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길을 돌아서면 활자의 향이 그윽히 풍기는 송파도관이 있다. 책의 숲과 나무의 숲은 그 은유적 함의가 유사한 곳인가 보다!
이 숲길을 돌아서면 활자의 향이 그윽히 풍기는 송파도서관이 있다. 책의 숲과 나무의 숲은 그 은유적 함의가 유사한 곳인가 보다!

저 숲길을 돌아서면 활자의 향 그윽이 풍기는 송파도서관이 있다. 수만 권 책의 숲과 수많은 나무가 모여 이룬 숲은 그 은유적 함의가 유사한 곳인가 보다. 집 앞 바로 지척에서 도서관 책의 활자가 풍기는 묵향과 동산 숲의 향기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이 행복의 부피와 깊이는 누구도 도저히 잴 수 없으리라. 집 앞에 오금동산 숲과 송파도서관이 있는 행운을 누리는 덕택에...

집에서 송파도서관 가는 오금동산 숲길은 어는 때고 너무 좋다. 그냥 아주 좋다. 그냥... 절로 감사한 마음이 흥건히 흐른다. 이 숲에 들어서면 나는 시인이 되고 산인이 되고 간혹 철학자 칸트도 된 것 같은 생각을(착각) 한다. 마치 황해도 재령군 장수산(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가볼 수가 없는 북녘의 산이라서)에 든 것 같은 상상을 하며 정지용이 노래한 <백록담>의 '장수산'의 한겨울 적막의 깊이와 고요와 어둡고 차가운 올연兀然한 슬픔에 사로잡힐 때도 있고, 진달레 꽃그림자에 얼굴 붉은 '장수산'의 형상을 그리며 오금동산의 진달래꽃을 바라볼 때가 있다.

 

작은 동산 숲인데도 지리산이든 오대산이든 또 설악이든 내가 좋아하는 큰 산의 그윽한 풍류와 깊은 감흥에 젖을 때도 있는 것이다. 산이나 숲은 그 덩치가 크든 작든 사람을 흔들어놓고 넋을 혼미케 하는 묘한 힘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나는 어디서나  산()의 이 힘을 산의 위의威儀라 감히 말해 왔다. 이 동산의 숲길을 걸어 도서관을 가든 이 동산을 운동 삼아 산책하든 나의 마음이 상큼해지고 싱그러운 숲의 향기로 환기되어 절로 명랑한 기분이 일고 순일한 마음의 평정을 회복하는 것은 오금동산이 내 안에 옴팡지게 들어오기 때문이요, 그 아늑한 품에 내가 푸근히 안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지용의 &#39;장수산&#39;은 아니어도 나에게 늘 맑은 감흥 솟아오르게 하는 옹달샘 같은 영혼의 둥지다!
지용의 '장수산'은 아니어도 나에게 늘 맑은 감흥 솟아오르게 하는 옹달샘 같은 영혼의 둥지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이 숲을 걸을 때면 가끔 내가 칸트가 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이 숲을 걸을 때면 가끔 내가 칸트가 된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옛 작은 동산을 자연 그대로 살려 동네 공원 동산을 조성해 놓은 덕에 크고 작은 나무로 구색이 잘 갖춰진 것이 '큰 산'의 숲이나 다를 바 없이 자연스러운 숲이다.

갈참나무며 굴참나무도 큰 숲의 수령이 깊은 아름드리나무에 뒤지지 않고, 전나무와 삼나무며 남한산 적송 못지않은 솔향기 짙은 소나무도 수십 그루가 산의 위엄을 뽐낸다. 이런 까닭에 자연스럽게 숲의 향취도 그윽하고 텃새들 노래소리도 아주 다양해서 단원이 많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진배없는 새들의 화음을 감상할 수 있다.

 

이뿐인가, 사시사철 큰 산의 얼굴과 빛깔 못지않은 산의 형상을 집 앞 작은 동산에서도 만끽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유난히 오금동산의 봄과 가을의 빛깔과 소리는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에 결코 뒤지지 않는 현란한 천자만홍千紫萬紅 산자수명山紫水明, 산의 미학을 고스란히 감탄하며 즐길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만학천봉의 골골이 굽이굽이 계곡과 능선이 없는 탓에 물소를 들을 수 없고 맑은 물의 흐름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사치스럽고 호사스러운 철부지의 푸념일 것이 분명하지만)

 

눈이 시리게 해맑은 연두색 초록을 보며 걷노라면 눈과 마음의 피로가 싱그럽게 회복됨을 느낀다!
눈이 시리게 해맑은 연두색 초록을 보며 걷노라면 눈과 마음의 피로가 싱그럽게 회복됨을 느낀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마음의 눈이 좌우한다. 나의 마음이 크게 보면 큰 것이고 나의 마음이 아름답게 보면 아름다운 것이기에 오금동산 숲에서도 천지간 자연의 매력과 자연의 정취를 맘껏 누릴 수 있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거의 매일 이곳에 들어설 때나 지나갈 때면 큰 산의 산문에 들어선 듯한 황홀한 도취를 늘 느끼며 수 십 년을 지내왔다. 그래서 오금동산 숲에 들 때 마다 마음 저류로부터 밀려오는 아늑한 평화와 부요한 만족과 어린아이들이 누리는 단순하고 달콤한 행복을 가득 맛보는 것이다.

 

정말이지 어떤 대상을 온전히 누리는 삶의 참 묘미를 되새김하며 일상의 번잡하고 머리 아픈 모든 문제(?)로부터 자유함을 마음에서 영위한다. 마음의 영일을 누린다고 할까, 숲에서라면 마음에 근심 염려 두려움이 사라지고 철부지 어린아이가 된 듯 나의 마음이 맑아지고 순결을 회복한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이것도 앞에서 말한 자연이나 숲이 나에게 끼치는 놀라운 축복일 것이다. 산의 위의, 자연의 힘이 자연을 향해 적극적인 열린마음을 소유한 사람에게 끼치는 선한 베풂이 분명하다. 나무와 새들과 꽃들과 맑은 바람이 모여 이뤄낸 산(자연)의 힘이 우리의 심신에 작용하는 영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변화일 것임은 틀림없다. 누구나 일상의 시끄러운 도심을 벗어나 깊은 산에 들면 말할 수 없는 마음의 회복을 경험하지 않는가.

 

수많은 목숨을 지키는 숲이 건강해야 하듯이 사람의 영혼을 지키고 살찌우는 책의 숲인 도서관이 건강해야 한다!
수많은 목숨을 지키는 숲이 건강해야 하듯이 사람의 영혼을 지키고 살찌우는 책의 숲인 도서관이 건강해야 한다!

이런 해조와 융일의 정서적 동화와 일체감을 체험하는 순실한 숲길을 매일 걸어가고 걸어오며, 벤취에 앉아 쉬면서 새소리를 듣고 꽃향기와 숲의 향취를 온 감각으로 누리는 삶!

이보다 더 행복한 하루를 어디서 보낼 수 있으랴. 나의 낭만 나의 상상 나의 시혼 나의 기도 나의 상념이 모여 쌓이고, 늘 절로 피어오르는 동산 숲은 영혼의 숲이요, 맑은 감흥이 샘솟는 옹달샘이요, 지치고 번잡하기 그지없는 연약한 마음이 머무는 아늑한 쉼의 둥지인 것이다! 마음으로 그냥 그렇게 즐겨보는 것이다. 그냥 절로 절로 자연(숲, 산)을 누려보고 자연에 동화하려 힘써보는 것이다. 애써 노력하지 않고 절로 이루어지는 인생의 보람은 없을 테니까...

 

꽃이 핀다고 봄이 오랴&#44; 우리의 영혼 우리의 마음이 옴팡지게 융슝한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해야 진정 봄은 완성되리라!
꽃이 핀다고 봄이 오랴, 우리의 영혼 우리의 마음이 옴팡지게 융슝한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해야 진정 봄은 완성되리라!
송파도서관 숲에서 먹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 맛은 아슴한 소싯적 봄소풍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의 꿀맛을 소환해 온다!
송파도서관 숲에서 먹는 아내가 싸준 도시락 맛은 아슴한 소싯적 봄소풍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의 꿀맛을 소환해 온다!

 

20230424,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