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흰구름 #탐진강 #1 흰구름, 헤르만 헤세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어린 시절 소꼴을 베러 강둑으로 나갈 때가 잦았다. 이때면 반짝이는 은빛 물비늘 흐르는 검푸른 강물과 아청빛 아득한 하늘과 흰구름에 흠뻑 젖어들었다. 꼴망태에 소꼴을 채우는 것도 잊고 강둑에 앉아 하늘을 보고 강을 바라보는 것이 그냥 좋았으리라. 탐진강의 일생이 다 끝나는 구강포 너머 만덕산에 저녁노을이 붉게 타오를 때가 되면 어둑한 땅거미를 이끌고 새들과 함께 대나무 숲이 깊은 마을로 돌아오곤 하였다. 낮에 본 강물과 하늘과 흰구름이 내 안에 하도 가득하여 밤이면 뒤척일 때가 많았는데, 키가 자라 대처 고등학생이 된 후, 도서관에서 헤르만 헤세의 ‘흰구름’을 찾아 읽었을 때! 나는, 나의 영혼이 긴 잠에서 깨어 훨훨 날고 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을 느꼈다. 알을 깨고 나와 처음 빛을 본 새의 황홀.. 2023. 9.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