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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

그리운 것들은 먼 곳에 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by 솔물새꽃 2023.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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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품고 사는 눈빛은 늘 젖어있다. 하늘에 젖어있고 꽃망울에 젖어있고 먼 데서 들려오는 강물 소리에 젖어있다.
그리움을 품고 사는 눈빛은 늘 젖어있다. 하늘에 젖어있고 꽃망울에 젖어있고 먼 데서 들려오는 강물 소리에 젖어있다!

그리움을 품고 사는 눈빛은 늘 젖어있다.

그리움은 젖는 일이다, 젖어드는 일이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흐르는 길이다.

젖어야 서로 스며야 하나가 되니까...

 

하늘에 젖어있고 꽃망울에 젖어있고 먼 데서 들려오는 강물 소리에 젖어있는 마음이 분명 그리움이다.

때로는 어스름한 산 그림자에 젖어 어둑한 산문에 머물 때, 아득한 유년의 추억에 젖어 노을처럼 붉게 타오를 때가 있었다. 그리움에 목마른 눈빛은 차라리 늘 울고 있는 새의 노래인지 모른다. 비바람에 늘 글썽이는 홍도의 원추리꽃인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쓸쓸하고 가냘퍼서 가는 이슬만 나려도 비틀거린다.
 
먼 곳에 대한 간절한 동경과 그리움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성정에 닿아 있는 까닭이다. 산등성이 너머 파랑새와 무지개와 별과 흰구름과 먼바다와 파란 꽃을 꿈꾸며 사는 마음은 분명 그리움에 젖어 있으리라, 그러므로 그리움에 젖은 가슴은 수억 광년의 빛이 건너온 길을 추억하길 일쑤다. 가장 순결한 우주적 존재의 명증한 현현은 그리움의 닿는 길이다. 워드워즈가 노래한 ‘무지개’를 품고 사는 어린아이의 감성을 간직한 사람은 늘 그리움의 강을 건너고 있음에 분명하다. 어린아이는 자연의 소리와 태곳적 빛깔을 고스란히 간직한 세계이니까,

 

보이지 않는 광막한 우주 시공을 상상해보는 일, 그리움은 늘 보이지 않는 아득히 먼 곳에 닿아 있는 인간의 태고적 성정일 것임이 분명하다.
보이지 않는 광막한 우주 시공을 상상해보는 일, 그리움은 늘 보이지 않는 아득히 먼 곳에 닿아 있는 인간의 태고적 성정일 것임이 분명하다!

 
간혹 아득한 우주 시공을 재기 위해 우리는 빛의 속도를 인용한다. 흔히 인간이 거리를 재기 위해 만든 킬로미터(km)로는 우주와 성운과 은하 사이의 광막한 거리를 측량할 수 없는 까닭이다. 1초에 지구를 일곱 바퀴 반을 돈다고 하는 빛의 속도로 지구에서 달까지는 1.5초, 지구에서 태양까지는 8분 20초가 걸린다고 한다. 태양에서 제일 가까운 은하까지가 3만 광년이 걸리고,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자리의 별까지는 250만 광년, 지구에서 가장 먼 퀘이사의 은하까지는 80억~100억 광년이 걸린다고 한다.
 
아, 아, 절로 탄식이 나오거나 현기증에 기절할 수밖에 없다. 아니 묘연한 우주의 시공 앞에 아연실색, 인간의 모든 열망을 다 포기하고 싶은 백색 진공의 뇌가 되고 만다. 어찌할 수 없다. 이것이 인간이다. 이것이 아주 작은 푸른 점 지구별에 사는 인간 존재의 아주 연약한 실체다.
 

달과 별에게 길을 물어 길을 가는 나그네는 얼마나 행복한가!
달과 별에게 길을 물어 길을 가는 나그네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러니까, 그러니까,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우리를 비추고 있는 빛은 8분 20초 전에 태양을 떠나 지금 우리에게 온 과거의 빛이거나, 8분 후에도 연달아 우리에게로 향하고 있는 아득히 먼 데서 온 빛인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생각해보자, 여름밤 고향 마당에서 바라본 하늘에 질펀하게 깔린 은하계의 푸른 별빛도 3만 광년 전에 이미 은하를 떠난 빛들이란 얘기가 된다. 3만 광년 전에 어느 별자리를 떠난 은하의 별빛은 지금도 강물처럼 너울너울 흘러 우리에게로 오고 있는 것이다. 아득히 먼데서 온 아주 오래 된 빛이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은하의 별빛이 3만 광년 전의 것이라면, 그 빛을 우리에게 보내준 별들은 3만 광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이런 생각이 금세 꼬리를 물고 흐른다. 분명 별들은 3만 광년의 풍상을 겪으면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벌써 변하고 말았을 것이다. 3만 광년의 아득한 거리 저편에서 3만 광년 전의 빛을 한 점 푸른 지구별에 보내주고 있는 광막한 우주의 성운들, 그러므로 하늘을 보는 일은 놀라운 상상의 눈을 뜨는 순간이다.
 

이처럼 그리움은 아득히 먼 곳에서 우리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그리움을 향해 달려가는 빛의 파동이다.
이처럼 그리움은 아득히 먼 곳에서 우리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그리움을 향해 달려가는 빛의 파동이다.

이게 보이지 않는 우주의 숨은 사실이다. 그 진실은 무엇일까,

도저히 알 수 없는 진실들! 3만 광년, 3억 광년의 시공을 찰나의 인간 생명 존재가 어떻게 감히 짐작할 수 있으랴, 그래서 신은 인간에게 그리움을 품고 살게 하였을까, 상상의 날개를 펴고 오늘도 날아보는 일, 보이지 않는 광막한 우주 시공을 상상해보는 일, 그리움은 늘 보이지 않는 아득히 먼 곳에 닿아 있는 인간의 태곳적 성정일 것임이 분명하다.
 
우주의 떠돌이 나그네인 인간의 삶 역시 다르지 않다. 어릴 적 반짝이는 이마와 말똥말똥한 눈빛을 간직한 유년의 고향 친구들, 저수지 둑에서 별을 기다리던 첫사랑 삐비꽃 풀내음, 잃어버린 꿈들, 지금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삶의 흔적들, 수많은 길들, 수많은 얼굴들과 이름들은 지금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다. 광막한 우주의 시공에서 한 점 별이 되어 살고 있는지 모른다. 이처럼 그리움은 아득히 먼 곳에서 우리를 부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그리움을 향해 달려가는 빛의 파동이다. 상상의 힘이 아니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시시로 피어나는 그리움은 얼마나 성스러운 상상의 날개짓인가!
시시로 피어나는 그리움은 얼마나 성스러운 상상의 날개짓인가!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흔적이지만 그것들이 그리운 마음에 새록새록 피어나는 신기루라면 무지개라면 파랑새라면 얼마나 가슴 부푼 눈물인가, 그리움이 눈물이 메말라가는 인간의 가슴에, 쓸쓸한 세상 거리에 피어난 꽃망울이라면, 그리움은 얼마나 아름답고 찬란한 하늘의 선물인가, 인간을 향한 신의 축복인가, 정녕 그리움처럼 아름다운 인간의 성정이 어디 또 있을까, 시시로 피어나는 ‘그리움’은 얼마나 성스러운 상상의 날개짓인가, 외로워도 서럽지 않은 반짝이는 별빛 섬빛 달빛에게로 향하는 마음의 길, 그리움이 오가는 길! 그 속에 생명이 있고 존재의 숨결이 흐르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운 것들은 아주 먼 곳에 있다.

바다의 섬처럼 하늘의 별처럼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아스라이 희미한 형상으로 우리를 부르는 그리운 것들,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시간 속 어딘가에 그리운 것들은 섬으로 별로 은하수로 흐르며 지금도 우리에게 빛을 보내고 있다. 그리움의 은빛 물결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그리운 것들은 모두 먼 곳에 있다. 그리움은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곳, 까마득히 먼 곳 어딘가에서 파도처럼 밀려와 우리의 촉수에 닿으면 부서지는 안개비가 되고 때때로 노을꽃으로  피어난다. 잃어버린 것들과 사라져버린 모든 것들은 그리움의 길에 부서지는 파도이다.
 

그리움은 닿을 수 없는 그 먼 곳, 까마득히 먼 곳 어딘가에서 파도처럼 밀려와 우리의 촉수에 닿으면 부서지는 안개비가 된다.
그리움은 닿을 수 없는 그 먼 곳, 까마득히 먼 곳 어딘가에서 파도처럼 밀려와 우리의 촉수에 닿으면 부서지는 안개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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