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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

솔(松), 찬란한 생명의 의지는 어디서 올까!

by 솔물새꽃 2023.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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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끝끝내 옹골찬 바위틈에 목숨의 낙원을 열고야 마는 요동하지 않는 생명, 찬란한 아픔!
끝내, 끝끝내 옹골찬 바위틈에 목숨의 낙원을 열고야 마는 요동하지 않는 생명, 찬란한 아픔!

 

솔(松)

 
 

생명이란 무엇일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바위를 가르고 바위를 뚫고
길도 빛도 없는 세월을 지나
끝내 흙과 물과 하늘에 닿을 때까지
뚜벅뚜벅 걸어가는 생명의 뿌리

굴절 없는 솔잎 끝 이슬의 촉수
번득이는 그 눈빛으로 초월을 꿈꾸며
태초의 소명 완성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부활의 향기
 

언제나 자기 자신을 극복하려는

이 찬란한 기다림의 의지는
도대체 어디서 올까,

 

 

불암佛巖 영봉에 앉아, 억만 겁 시공을 건너온 비와 바람과 빛의 젖은 눈빛들과 만난다.

호흡을 고르며 하늘을 보고 구비구비 능선을 내려다 보면 산에서 누리는 기막힌 무상無常의 길이 보인다. 지구별 나그네 길에 기적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만, 모든 순간순간 스치는 인연은 기적이요 축복이요 태곳적 빛과 바람을 감촉하는 경이로운 일이다. 그러므로 살아있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전설이다. 몇 억 광년의 시간을 느끼며 사는 것은 아주 오래된 빛의 파동에 흔들리는 우주적 존재의 거룩한 몸짓이니까, 
 

불암佛巖, 부처님의 형상을 닮은 산이라 하여 불암산, 천보산이라 일컫는다. 서울 근교에 명산을 둔 우리는 복 받은 자다!
불암佛巖, 부처님의 형상을 닮은 산이라 하여 불암산, 천보산이라 일컫는다. 서울 근교에 명산을 둔 우리는 복 받은 자다!

 
불암 영봉에 앉아 있으면 여름도 봄도 가을도 그 경계 다 사라지고 하나의 무위 자연만 존재하는 것을 본다. 여름이라 가을이라 겨울이라 봄이라 부르는 인간의 분별심과 명명하는 개념의 몸짓들이 한갓 부질없는 장난이요, 억지스럽기 짝이 없는 오만이요 무지인 것이 금방 탄로 나고 만다. 오직 근원을 알 수 없는 기적만 존재할 뿐이다. 우주(자연)의 천태만상이 경계없이 오가고 있을 뿐이다. 수백억 광년의 아득한 빛의 물방울이 심장에 뜨겁게 뜨겁게 떨어지는 찰나의 영감과 상상이 번갯불처럼 스쳐갈 뿐이다.

 

억만겁의 세월이 장구히 흐를지라도 항상 존재하는 것은 지금, 오늘,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억만겁의 세월이 장구히 흐를지라도 항상 존재하는 것은 지금, 오늘,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恒萬歲而長今(항만세이장금)! 억만 겁의 세월이 장구히 흐를지라도 항상 존재하는 것은 지금, 오늘, 이 순간이 있을 뿐이다. 과거나 미래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감에 와닿는 살아있음의 감촉들, 은하의 강을 건너 빛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오직 '지금'뿐이다. 살아있음은 참 묘연하고 알 수 없는 신기루다. 피어난 꽃을 보라,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그저 그냥 알 수 없는 지금, 오늘의 길이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억만 광년 전의 빛이 흐르고 있을 뿐이다. 그 길에 찰나의 하루살이 한 마리가 불빛 속에 사라지고 사라질 뿐이다.

 

불암산을 내려와 천보산민족기도원 앞 불암산장에 들러 흑염소전골로 몸맘을 소복하니 여름꽃 풍접초가 가슴에 만발한다!
불암산을 내려와 천보산민족기도원 앞 불암산장에 들러 흑염소전골로 몸맘을 소복하니 여름꽃 풍접초가 가슴에 만발한다!

 
불암산 그늘 아래 느럭느럭 봄은 가고, 봄은 또 오고, (tistory.com)
 
20270727, 불암산에서 솔물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