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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매미가 운다
시몬아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느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사랑하느냐
시몬아
시몬아
뜨겁게
뜨겁게
세 번을 묻고
뜨겁게
뜨겁게
다시 세 번을 묻고
울면서
울면서
사랑하나이다
사랑하나이다
나의 사랑을
아시나이다
나는 나는 사랑하나이다
하늘이 열리고
대지는 푸르고
햇살은 부시고
매미가 운다
시몬아
시몬아
사랑하느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시몬아
매미가 운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목숨을 다해
사랑한다고
매미가 운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매미가 다시 운다
매미가 다시 더 길게 운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폭염의 하늘에 당당한 매미가 운다.
사랑한다고 사랑하느냐고 매미가 운다.
꽃은 향기로 서로를 부른다고 한다.
매미가 소리로 서로를 부르며 여름여름 뜨겁게 사랑하듯이,
사람도 어둠 속에서는 목소리로 서로를 분별한다고 한다.
꽃이나 매미는 (어찌 보면) 인간들보다 훨씬 미묘한 감정과 달콤한 향기를 나누며 사랑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늘 꽃이나 매미나 자연의 자연스러움이 부럽다.
지치지도 닳지도 않는 여름꽃과 매미의 사랑이 많이많이 부럽다!
매미가 저토록 우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구! 미안하다, 우는 것인지, 노래하는 것인지, 시를 쓰는 것인지, 사랑을 하는 것인지, 외로우니까 사랑 받고 싶어 우는 것인지, 나로서는 통 모르는 일이니까)
분명 무슨 긴절한 곡절이 있을 것만 같은데, 매미가 우는 그 까닭을 영 알 수가 없다.

식물도 영혼과 감정이 있다는 생물심리학자의 주장을 믿는 터라, 분명 매미도 인간이 알 수 없는 묘연한 감정과 영혼을 저 폭포수처럼 쏟아내 발산하고 있으리라, 곤충학자 파브르는 매미가 우는 것은 짝짓기 위해 우는 것이 아니라, 생의 희열을 맘껏 누리려는 본능적 충동이라고 말 한 적이 있다.
금선탈각(金蝉脱殻)을 이루기까지 포기하지 않는 매미의 긴 기다림과 매미의 숭고한 일생을 생각하면 이 아침 숙연한 마음이 든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푸른 숲에 볕뉘처럼 가루가루 쏟아진 까닭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인간이나 식물이나 매미나 망초꽃이나 한결같을 테니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하늘의 소중한 분깃이니까...!
20230802, 솔물새꽃의 설악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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