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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

다문다문 봄을 건너고 싶다!

by 솔물새꽃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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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산하 어디든 동백은 피어도 눈물이요 떨어져도 눈물이다. 마을로 들어서도 동백이요 주작산 등성이를 올라도 동백이다. 동백꽃 눈망울은 남도 봄의 산실이다!
내 영혼의 원천은 보라빛 자운영 넘실거리던 마당... 무술년 아침 밀어닥친 눈물의 바다에 터진 봄의 함성 환희 해산의 기쁨은 내 생애 첫 봄날의 축제였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길을 가는 알바트로스 새다.

길이 없어도 아무도 가지 않아도

 

시인이 가는 길은

목마르게 갈망하는 샹그릴라를 찾아가는 모험이다!

 
시인이 간 길을 철학자는 그 뒤를 따라 가고, 철학자의 뒤를 밟아 과학자는 길을 완성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아무도 간 적 없는 길을, 아무도 보지 못한 길을 날아간다.

예감, 영감, 심미안, 통찰, 예지, 상상, 관조하며

시혼詩魂이 활활 지피는 대로 길이 없는 길을 만들기 때문일까.

 

시인의 가슴 파릇한 예지와 촉수는 놀랍기만 하다.

한 겨울 한 복판에서도 봄을 누리는 시인의 배짱!
시인은 낯설기 짝이 없는 은유와 상징과 역설과 풍자의 세계를 늘 배회하는

일탈의 혼을 품은 나비다.

봄은 산 너머 강 건너 제비 따라 오는 것이 아니요,

벌써, 이미, 시인의 마음은 봄일 것이다.
봄을 꿈꾸는 자의 가슴은 항상 봄으로 사니까. 

그래서 낙원은 꿈꾸는 자의 마음에 가득하다. 그곳이 우리를 늘 부른다.
그렇다, 우리의 마음은 우주다. 우리의 마음은 온 우주를 향한 창이다.
존재한다는 것은 영겁의 우주를 순회하는 광활한 여행이다.
우리의 인생은 결코 짧거나 아주 작은 것이 아니다!
봄도 겨울도 가을도 억만겁 시공을 오고간 시간의 물결도,
태산을 이룬 기억의 파편들도 마음 안에 켜켜이 다 쌓여있다.
 그 마음이 늘 열망하는 봄의 노래를 맘껏 부르고 싶다.
이때라야 비로소 내 안의 봄날은 팡파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남도정맥 주작산 등성이는 눈 시린 동백꽃 즐비하다. 진달래꽃보다 더 많은 동백꽃이 신지도와 보길도와 청산도와 가우도를 건너온 해풍에 눈물을 씻는다. 다문다문 봄이 오는 십리 백리 길을 봄이 가는 천리길을 느림느림 따라 건너고 싶다!

 

다문다문 봄을 건너고 싶다!

 

다문다문 봄을 건너고 싶다
강물에 뜬 흰구름 띄엄띄엄 징검다리 건너듯이
 
나는 봄이 올 성싶은 예감이 오면
자운영 동백꽃 길을 미리 걷는다
늘 봄은 봄보다 먼저 나를 부른다
 
남도 천리 어디를 가든
봄보다 먼저 와서 봄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
봄 햇살 다북한 길을 늘 앞서 걷고 싶다
 

깊디깊은 꽃망울 속 맑은 꽃의 마음, 아득한 그 길에 봄은 오고 봄은 가고... 무상한 봄날의 파릇한 길로 생애의 강도 흐른다.
깊디깊은 꽃망울 속 맑은 꽃의 마음, 아득한 그 길에 봄은 오고 봄은 가고... 무상한 봄날의 파릇한 길로 생애의 강도 흐른다.

 

꽃을 그리는 마음이 자연의 길이기에
꽃에 어리는 봄의 눈빛이 그토록 기다리는 대지의 숨결이기에
계절과 계절를 오가는 애잔한 여운, 봄의 희미한 기척이 촉수를 건드릴 때면
나는 동백꽃 자운영 사진을 지긋이 바라본다
잠잠히, 잠잠히, 들여다 본다
 
한참을 응시하고 있으면 나는 남도 산하를 떠도는 대붕이다
봄의 정령에 휘감긴 나의 영혼은 아청의 하늘을 나는 선학이다
늘 품 안에 두고 보는 자운영과 동백꽃은 나의 하늘에 내리는 눈물이다
눈물의 강에 떠 흐르는 시들지 않은 유년의 홍화이다
아득한 세월의 바다에 떠있는 저녁 노을이다
무술년 봄햇살은 해일처럼 밀려와 온 마당은 눈물과 환희로 넘쳐났었다!
(그날을 그날을 어찌 상상하며 살지 않으랴...)
 
동백꽃 자운영 길을 마음으로 걷고 있으면
나의 마음은 항상 봄인 것을,
봄이 내 안에서 다시 살아오는 것을 안다
내 영혼의 눈물의 원천은 동백꽃 깊디깊은 눈망울,
자운영 맑디맑은 눈시울, 그 끝에 핀 그리움인 것을
바람 불어도 길을 걸어도 꺼지지 않는 염원의 봄날인 것을 안다

 

내 영혼의 눈물의 원천은 동백꽃 깊디깊은 눈망울, 자운영 맑디맑은 눈시울, 그 끝에 핀 그리움인 것을...!

 

떨어진 선홍의 동백은
봄의 눈물이다

자운영 봄바람은 흙의 가슴에 핀 보라빛 숨결이다

이 눈물과 숨결이 내 영혼이 부르는 봄의 찬가다

봄의 심장이요 봄의 불꽃이요 봄의 영토다

 

봄에 나서 봄을 살며 봄을 노래한 눈물의 시인을 만나고 싶다
봄의 문전을 기다리는 탐진강은 나의 길 인도자다

 

참으로 오랜만에 여섯 살 삐비꽃 봄을 만나
아청鴉靑의 아득한 하늘을 이야기하며 걷고 싶다
그 옛날 토방에서 봄 햇살이랑 다복다복 나누었던 이야기의 강
반짝이며 부서지는 탐진강의 은빛 윤슬처럼 나도 눈부신 봄날 감꽃 핀 그늘로 돌아가고 싶다
자운영 논길을 달려와 동백꽃 그늘에 눕고 싶다
 
동백의 핏망울은 이내 곧 뚝뚝 떨어질 것인데
피고 지는 서러운 꽃의 마음이 골목을 나서면
도랑물 건너 자운영 들길로 흐르는 끝이 없는 우수의 고향 정경!
 
그 길, 그 시간, 눈이 부시도록 눈이 시리도록
다문다문 봄의 들길을 건너고 싶다!
다문다문 봄이 오는 십리 백리 산길을
봄이 가는 천리길을 느림느림 건너고 싶다!
 

동백이 피듯 동백이 지듯 봄은 와도 눈물이요, 봄은 가도 눈물이다. 아청의 하늘을 바라보며 아늑한 봄의 길에 눕고 싶다!

 

남도 산하 황톳길 어디를 가든

남도의 봄은 동백의 길이다

 

동백이 피듯 동백이 지듯
그 길은 봄은 와도 눈물이요, 봄은 가도 눈물이다.

진홍빛 눈물이 흐르는 강이다.

 

아청의 하늘을 바라보면 푸른 눈물이 흐른다.

 아늑한 봄의 길에 눕고 싶은 까닭이다!

 

아득한 봄의 하늘을 바라보면 푸른 동백의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득한 봄의 하늘을 바라보면 푸른 동백의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