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란 흔히 여행에 비유하기도 합니다만
일생 동안에 가장 먼 여행은 바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이성cool head 과 감성 warm heart 의 '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고, 지식과 품성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지구별 나그네 삶이 어서 '머리'를 떠나 '가슴'으로 이어지는 여행이기를,
'가슴'에서 다시 '발'(실천하는 삶)에 이르는
긴 여정의 새로운 처음이기를 함께 갈망해 보는 것입니다.
'수많은 처음'이란 결국 끊임없는 성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수많은 처음'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합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처음의 시작인 까닭입니다.'
신영복의 <처음처럼>은 시와 서화 에세이입니다.
시詩와 서화書畵는 무엇보다 상상력을 키우는 추동력이 있습니다.
상상력은 작은 것을 작은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인데,
하나의 사물이 맺고 있는 거대한 관계망을 깨닫게 하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며
그것이 시와 서화의 정신입니다.
문사철文史哲의 인문학人文學이나 시서화詩書畵로 대표되는 예술적 심미적 감상적 정서는
우리의 경직된 사고의 틀을 열어주고,
우리로 하여금 갇혀 있는 닫힌 우물의 좁은 세계를 깨닫게 하여
열린 앎의 세계로 우리를 견인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몇 년 전 작고하셨지만,
모두가 공인하는 이 시대의 고매한 지성인 신영복 선생님은 수십년의 옥고를 치르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나무야 나무야>, <나무가 나무에게>, <더불어 숲> , <담론>, <강의>,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등 수많은 불후의 고전을 남기셨습니다.
그의 <처음처럼>을 그림을 보듯 시 속의 그림을 읽듯이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어둔 밤길을 걸어가는 빛나는 지혜를 얻기 바랍니다.
그리고 밤이 깊을수록 별이 더욱 빛나듯이 어두운 시대의 강을 건너면서도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는 석학의 살가운 인정과 가슴을 느껴보길 소망합니다.
20230629,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
'읽고 생각하기 위한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99.99%는 부모의 지향, 가치, 철학이 좌우한다! (0) | 2023.07.16 |
---|---|
여기, 어린 눈이 당신을 보고 있다 (14) | 2023.07.03 |
나의 아버지는, 그리고 나는, (15) | 2023.06.27 |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2) | 2023.06.26 |
부끄러움, 윤동주 '서시'에서 배우다! (0) | 2023.0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