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는 내가.....
네살 때 ... 아빠는 뭐든지 할 수 있었다.
다섯살 때 ... 아빠는 많은 걸 알고 계셨다.
여섯살 때 ... 아빠는 다른 애들의 아빠보다 똑똑하셨다.
여덟살 때 ... 아빠가 모든 걸 정확히 아는 건 아니었다.
열살 때 ... 아빠가 어렸을 때는 지금과 확실히 아는 건 아니었다.
열두살 때 ... 아빠가 그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버진 어린 시절을 다 기억하기에는 너무 늙으셨다.
열네살 때 ... 아빠에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아빤 너무 구식이거든...!
스물한살 때 ... 우리 아빠말야? 구제불능일 정도로 시대에 뒤졌지.
스물다섯살 때 ... 아빠는 그것에 대해 약간 알기는 하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오랫동안 그 일에 경험을 쌓아오셨으니까.
서른살 때 ... 아마도 아버지의 의견을 물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아버진 경험이 많으시니까.
서른다섯살 때 ... 아버지에게 여쭙기 전에는 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었다.
마흔살 때 ... 아버지란 이럴 때 어떻게 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한다.
아버진 그만큼 현명하고 세상 경험이 많으시다.
쉰살 때 ... 아버지가 지금 내 곁에 계셔서 이 모든 걸 말씀드릴 수 있다면
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인데...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분이셨는가를 미처 알지 못했던 게 퍽 후회스럽다.
아버지로부터 더 많은 걸 배울 수도 있었는데...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 앤 랜더즈 )
아부지~, 불러도 불러도 어디서도 대답이 없다! 메아리만 나의 가슴팍에 부딪힐 뿐...! 아부지가 갈수록 그리운 시절을 건너고 있다. 나이들수록 아버지가 그립다! 아버지는 여전히 내 안에 나와 함께 계신다는 증좌다. 내 안에서 말없이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 해와 달이 흐를수록 살아서 못다한 그분을 향한 애절함이 쌓인다. 나는 아버지를 여전히 사랑한다. 아직도 내 안에 나와 함께 계시니까, 그러나, 그러나, 그 사랑이 깊을수록 대답없는 아부지의 형상만 초겨울 숲처럼 허허하게 나의 안전에서 글썽인다.
지금, 나는 이 글을 쓰는 내내 고향 동구 밖 왕버드나무 그늘을 아부지를 그리며 부르며 서성이고 있다.
이것이 인생의 수레바퀴, 이것이 돌고 도는 인생의 쳇바퀴다. 누군가 앞서 지나간 흔적을 되밟고 가는 인생길, 철들면서 슬그머니 눈떠가는 인생의 비밀, 오직 시간이 흘러가야만 알 수 있는 진실, 아부지!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은 오직 시간만이 아는 것...! 나를 가르쳐주는 것은 시간뿐이다! 내가 철들지 않고서는 모를 수밖에 없는 아버지... 철들지 않고서는 도무지 모르는 인생... 그러나 내가 철이 들고 내 나이 쉰살이 될 때면 아버지는 곁에 계시지 않는다. 아버지는 아들이 철들 때까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가 쉰살이 되어 아빠가 되고, 안으로 안으로 보이지 않는 나이테가 쌓이면, 그때가 되면 아는 아버지와 아들의 인생! 그때가 되면 지나온 길과 가야할 길이 보인다. 우리는 이것을 철들었다고 한다. 인생의 보이지 않는 비밀을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다.
다시 나의 아들이 네 살을 지나 열두살 반항기를 넘어 사춘기 스무살을 지날 무렵이면 더 아프게 더 간절하게 더 서럽게 아빠를 알기 시작한다. 아주 느리게 아주 천천히... 비로소 아빠의 존재에 눈이 열리기 시작한다 . 아빠가 보인다. 인생의 감춰진 '관계'를 깨닫는다. 오직 시간만 알고 있는 것을 나도 서서히 알기 시작한다. 인생이 미완성인 까닭... 돌고도는 쳇바퀴 인생! 살아서 아빠를 알 일이다. 살아서 화해하고 살 일이다. 내 인생의 영원한 그늘 아부지!
20230627,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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