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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

토끼풀꽃섬, 그 섬에 닿고 싶다!

by 솔물새꽃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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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푸름 초록바다에 토끼풀꽃섬이 떠 있다, 어디서 밀려왔을까, 어디서 봉곳하게 솟아올랐을까!
푸름푸름 초록바다에 토끼풀꽃섬이 떠 있다, 어디서 밀려왔을까, 어디서 봉곳하게 솟아올랐을까!

 

만발한 밤꽃 내음 품에 들이니 묘연한 몽상夢想이 절로 꽃핀다!
만발한 밤꽃 내음 품에 들이니 묘연한 몽상夢想이 절로 꽃핀다

오월의 숲은 비가 오든 비가 그치든 어디나 편견과 청탁이 없다, 

밤꽃향기 물씬한 동산 숲에 앉아

만발한 밤꽃 내음 품에 들이니 묘연한 몽상夢想이 절로 꽃핀다,
오월 신록의 바다에 나는 하나의 섬이어도 좋다,
 
 
오월 - 김삼규
 
 
 
초록바다
토끼풀꽃
그 섬에
 
 
청아한 새소리는
얼마나 상큼할까,
 
솔내음 숲의 향취는
얼마나 그윽할까,
 
살포시 
어른거리는
앵두의 입술
오월,
 
 
오월 신록의 바다에 나는 하나의 섬이어도 좋다!
오월 신록의 바다에 나는 하나의 섬이어도 좋다!

연휴 내내 오월의 마른 대지는 달콤한 봄비의 세례에 흠뻑 젖었다. 파릇한 풀잔디는 초록바다처럼 잔잔하다. 천태만상의 키 작은 초목이 없는 세상이라면 얼마나 삭막할까만, 다행히, 참으로 당행히도 우리가 사는 이 영토는 지천에 풀들의 천국이다. 흙의 대지마다 온갖 들풀은 바람에 날아와 푸름푸름 풀의 초원을 이루어놓았다.

참 신비한 이 지구별만의 행운이다. 광대무변한 우주의 시공에 지구별만한 은하가 어디 있는가, (아직까지 인간의 과학은 지구 말고는 생명이 기생할 수 있는 물과 불과 흙과 바람이 존재하는 은하행성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 반짝이는 푸른 별, 창백한 푸른 점, 지구별에서 잠시 지나가는 여행자로 만난 인연을 생각하면 기막힌 축복이요 놀랍고 찬란한 기적이다.
 
그러므로, 그러므로, 너와 나 나와 너, 우리는 서로에게 소중한 참으로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한 순간도 미워할 수 없고, 단 한 순간도 멀리할 수 없는 너와 나는 지구별 찰나의 여행자인 것이다.
 
비 그친 공원 푸른 잔디밭은 초록바다의 언덕이다, 바다의 언덕, 밀려오는 초록 풀잎의 파도이다, 초록바다에 봉곳이 부풀어오른 토끼풀꽃섬들!
 
아가의 눈망울만한 토끼풀꽃들이, 먼 데서 보면 아주 작은 점 같은 토끼풀꽃 하나 하나가 모여, 초록바다 위에 다보록하게 모여 한 점 섬으로 떠 있다, 토끼풀꽃섬으로 하얗게 웃고 있다, 소복하게 솟아오른 꽃망울 같은 것들이 점점이 다정하게 모여 푸른 초록바다에 하얀 토끼풀꽃섬으로 떠 있는 것이다,
 
 
이끼풀섬, 저 작은 푸른 목숨들이 모여 섬을 이루어 함께 산다!
이끼풀섬, 저 작은 푸른 목숨들이 모여 섬을 이루어 함께 산다!

오월이 온 정성을 다해 이루어놓은 세상은 섬과 점과 별과 꽃이 모인 푸른 섬이다,

이 세상 섬이 아닌 것이 어느 것 하나 있으랴,
이  세상 점이 별이 꽃이 아닌 것이 어디 하나 있으랴,
이 지구별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한 점 섬이요 한 점 별이요 한 점 섬이다,
이 한 점과 섬과 별과 그리고 하나의 꽃이 모여 숲을 이루고 동산을 이루어 우리는 한 때를 사는 것이다,
 

저 숲의 호젓한 새 한 마리가 홀로이듯이 너와 나는 이 지구별 하나의 섬이요 점이요 별이다!
저 숲의 호젓한 새 한 마리가 홀로이듯이 너와 나는 이 지구별 하나의 섬이요 점이요 별이다!
그늘 진 축축한 흙의 표면을 보라, 파릇한 풀이끼들이 모듬모듬 모여 사는 푸른 섬을 보라,
오월이 떠나는 먼 신행길 밝혀주는 섬초롱꽃을 보라, 휘동그란 눈망을 크게 뜬 메꽃을 보라,
비 그친 들풀의 언덕마다 키재기 하듯 우우죽순 피어난 개망초꽃을 보라,
그 곁 머쓱한 싱아꽃대의 민망한 눈빛을 보라,
 
청사초롱 길 밝혀주는 섬초롱꽃! 얼마나 곱고 단정하고 정갈한가, 자연에 가까이 닿아 볼 일이다!
청사초롱 길 밝혀주는 섬초롱꽃! 얼마나 곱고 단정하고 정갈한가, 자연에 가까이 닿아 볼 일이다!
몽상夢想의 철학자 바슐라르는 대지(흙)의 감촉에 닿아보라고,
물 불 흙 바람의 차가움과 따스함과 축축함과 메마름을 느껴보라고,
우리 안의 잠든 어린아이를 깨워 들로 산으로 대지로 귀향하라고, 재촉하는데...
 
흙의 촉촉함과 따스함에 닿아 있음이 살아있는 존재이다!
흙의 촉촉함과 따스함에 닿아 있음이 살아있는 존재이다!

오월이 가고 밤꽃 흐느러진 숲길로 유월이 밀려오고 있다.

 

20230530,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