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hope for the flowers(트리나 포올러스) !
이 우화는 내가 교단에 있는 내내 해마다 우리 아이들과 읽었던 얄팍하고 단순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보다 충만한 삶'에 대해 이 책 보다 현대사회와 우리 자신을 신랄하게 풍자한 이야기를 다른 데서 읽지 못했다. 우리는 이제 애벌레의 맹목의 삶에서 벗어나 한 마리 나비가 되어야 한다. 애벌레의 껍데기를 벗고 나비로 살아야 한다.
글쓴이 트리나는 “나로 하여금 나비에 대한 믿음을 갖도록 도와준 이 세상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면서. 이 이야기는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한 마리 애벌레의 이야기입니다. 그 애벌레는 나 자신을 – 우리들 모두를 닮았습니다.”라고 이 책 서문에서 밝힌다.
그렇다, 이 책은 니체와 장자와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을 읽는 전율과 긴장을 제공하는 이야기다.
‘보다 충만한 삶’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우화적 제유이다.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초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의 좁고 답답한 틀에 박힌 일상의 범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맹목의 청맹과니와 같은 쏠림과 추종의 삶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암시이다. 남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말고 자신만의 삶의 세계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서로를 짓밟고 밀치고 무조건 올라만 가려는 경쟁과 맹목의 삶에서 벗어나 가치와 자유와 희망의 발산적 삶, 자신의 힘으로 희망과 사랑을 건져 올리는 상승의 삶,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는 초월의 삶을 살라는 우화이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모티브는 애벌레와 나비이다. 애벌레의 원관념은 타인의 뒤를 좇아 무수한 타인을 짓밟고 밀치며 맹목의 길을 가거나 자기 자신의 안목과 비전과 희망이 없는 현대인 모두이다. 그리고 나비의 함축적 의미는 나비가 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온갖 두려움을 극복하고 고치 속에 들어가 애벌레의 소모적 삶을 청산하고 이 꽃 저 꽃에게 희망을 전하는 혁명의 충만한 삶을 사는 존재를 상징한다. 나비는 고난과 기다림과 모험을 참아낸 부활의 창조적 새 삶을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HOPE FOR THE FLOWERS>은 보다 충만한 삶과 진정한 혁명에 관한, 그리고 무엇보다 희망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우화는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 위해 많은 어려움과 자기부정의 과정을 겪어온 두 마리 애벌레를 통해 ‘희망의 원리’와 ‘진정한 사랑’과 ‘공존의 원리’를 천천히 그리고 깊이 있게 들려주는 묵시록黙示錄이다. 따라서 이 우화의 애벌레는 나 자신과 우리 모두를 닮았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다름 아닌 한 마리 ‘애벌레’인 것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검은 줄무늬 애벌레는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지 않겠는가.” 독백하며, 하루는 다른 애벌레들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애벌레 기둥’을 발견한다. 꼭대기는 너무 높아서 보이지 않고, 왜 위로 올라가는지조차 모르면서 모두 기를 쓰고 올라가는 애벌레 기둥이다. 줄무늬 애벌레도 자기가 찾고 있는 더 나은 삶이 그 위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 대열에 끼어든다. 그런데 애벌레 기둥을 오르려면 다른 애벌레들을 짓밟고 밀치면서 올라가야만 한다.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애벌레들의 행렬은 계속된다. 다른 애벌레들에게 짓밟히지 않기 위해, 밀려나지 않기 위해 무조건 서로를 밟고 먼저 올라가기 위해 맹목의 경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애벌레 기둥’은 경쟁을 사회발전과 자기 쇄신의 원리로 몰아가는 현대 사회구조와 현대인의 끝없는 욕망의 양태를 그대로 닮았다.
애벌레 기둥의 꼭대기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마침내 정상에 오른 애벌레들은 절망과 분노와 허무만을 확인한 채 맨 꼭대기에 올라서자마자 결국 추락하고 만다. 그리고 여전히 꼭대기에 올라서려고 애쓰는 맹목盲目의 다른 애벌레들에게 “나중에 알게 되겠지만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남기고 땅에 추락하여 죽고만다. 그러나 올라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애벌레들의 비극적 상황과 이야기는 무한 경쟁체제에 휩쓸려 뚜렷한 방향성 없이 오직 탐욕의 바벨탑을 쌓아 올리려는 오늘날 현대인의 이기적인 삶과 탐욕, 물질지향의 맹목의 삶이 가져온 허망한 모습과 어쩌면 똑 닮았다.
어느 날, 이런 맹목적인 애벌레 기둥을 이루어가는 일에 회의를 품은 노랑 애벌레는 “내가 정말로 원하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한숨지으며 기둥에서 내려와 우여곡절 끝에 늙은 애벌레를 만나 소중한 조언을 듣게 된다. “그것(나비)은 네가 되어야 할 바로 그것이야. 그것은 아름다운 두 날개로 날아다니며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지. 그것은 꽃에 있는 달콤한 이슬만을 마시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운반해 준단다. 나비가 없으면 세상에 곧 꽃이 없어지게 될 거란다”라고 늙은 애벌레는 충고한다.
이 우화를 읽으면 ‘희망의 원리’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맹목적인 경쟁 위주의 현대 사회구조, 타자를 배척하는 자아 중심주의, 방향성을 잃은 현대인의 삶의 문제점과 경쟁을 삶의 유일한 원동력으로 미화하는 위험한 사회구조에서 벗어나 우리가 추구해야 할 ‘희망의 원리’와 ‘공존의 원리’에 대해 진정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20230623,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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