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분들은 우리 사회 다중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手不釋卷수불석권,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늘 책을 읽어 널리 지혜를 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책은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한 시대와 한 나라를 바꾸기도 하고, 구성원 인생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가히 무서운 힘이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이 나라 지도자를 보아라,
책을 읽지 않고 '성공'(?)한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여실히 잘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이제라도(아주 늦었지만) 무엇을 물려주어야 후손들에게 욕을 듣지 않을지 깊이깊이 궁리해야 한다.
그 아름다운 유산은 무엇일까, (나는 단호히 외친다.) '책읽는 문화'이다!
이 사회 어른들은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잠시 지나가는 그림자처럼 사라지고 말 인생 나그네 길, 이 시대 어른들은 무엇을 남기고 덧없는 생애의 무대에서 퇴장할 것인가! 무엇을 남겨주고 떠날 것인가! 이제 살아온 날의 위업(?)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떠날 것인가를 걱정해야 한다. 입으로만 나라와 후손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정말 아름답고 견고하여 썩어 사라지지 않을 유산을 물려주어야 한다. 그것은 '책읽는 문화'이다.
고령 인구가 어느 순간 증폭하고 있는 이 즈음, 우리 사회 '어른'이 후손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유산은 무엇일까, 아무리 묻고 다시 물어와도 나는 망설이지 않고 외치리라, 나는 당당하게 주저하지 않고 '책읽는 문화'를 물려주는 일이라고 서둘러 얘기하리라.
가정이나 지하철이나 공원이나 사무실에서, 그리고 학교에서, 특히 유아기를 지나 초등학교에 입문하는 아이들을 훈육하는 유치원이나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보호자나 선생님이 맨 먼저 할 일은 '책읽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아직 모국어도 모르는 유아들에게 영어나 가르치는 나라라면 정말 수치스러운 치욕이다. 시대의 흐름을 몰라도 너무 한심한 작태이다.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해야 한다. 한 인간에게 언어가, 모어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교육은 말로써 지식으로써 가르치고 주입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 거대한 이 사회환경이 모두 아이들의 교육환경이라고 한다면 이 시대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훌륭한 스승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읽는 것'을 어디서나 보여줘야 한다. '책읽는 문화'를 우리 아이들과 우리 사회에 물려주고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일은 말로써 지시하고 학원에 보내 가르치는 일로써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 어른들이 직접 책을 읽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소중한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말고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가정의 부모와 학교의 선생님이, 회사에서는 상급자가, 지하철이나 공공시설이 있는 공원이나 박물관 등에서 어른들이 책을 들고 다니면서 직접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책읽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책읽는 문화'가 거리마다 학교마다 가정마다 회사마다 유유히 파도처럼 넘쳐 흐를 때를 상상해 보라!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장 아름다운 유산은 '책읽는 문화'이어야 한다. 어디에서나 책을 읽는 어른은 아름답게 익어가는 가을 실과와 같다. 책읽는 어른은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이다. 가을 단풍과 저녁노을과 같이 절로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분들이다. 우리 사회에 책읽는 어른들이 거리거리마다 넘쳐날 때면 우리 사회는 정말 천국이 열릴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은 불문가지의 진리이다.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책을 읽는 사회는 부패하지 않는다. 후퇴하지 않는다.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
'읽고 생각하는 힘'만 한 실력은 없다. ‘읽고 -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일은 아이들에게 평생 사용해도 닳지 않는 능력을 안겨준 셈이다.
나는 우리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학습 덕목은 '생각하는 힘과 언어구사능력'을 연마하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이 믿음을 학습 현장에서 부단한 설득을 통해 실행한 경험을 갖고 있는데, 소중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지금도 그 시절 제자들을 만나면 달콤하게 옛날을 회고할 때가 많다.
독서(신문읽기를 포함한 모든 읽는 행위)의 근원적인 목적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일이다. 사유의 능력을 확장하는 일인 것이다. 한편 지식을 축적하고 그것을 활용하여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 투철한 가치관과 건전한 인성 등을 함양해 나아가는 데 있다.
지금과 달라서 8,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신문은 진영의 쏠림, 담론의 편향, 사실의 왜곡이 거의 없어서 세상에 대한 눈을 열어주는 매체로서 신문만 한 정론지가 없었다. 더욱이 그 당시는 컴퓨터가 보편화되지 않았고 인터넷 활용도 학교활동에서 거의 많지 않았던 때라 ‘신문읽기 운동’과 ‘책 읽기 운동’에 교사의 진정성을 이해한 학생이라면 그 어떤 학생도 소극적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참여하였다.
어떤 일화 하나가 떠오른다. 90년대 초반 고 2를 지도하는 해였는데, ‘태백산맥’10권(조정래), ‘아리랑’12권(조정래), ‘토지’16권(박경리)를 내가 담당한 학급 학생들이 모두 동참하여 책읽기에 성공한 적이 있다. 그 기쁨은 지금도 가슴 뿌듯하고 행복하다.
왜, 이 도서를 읽어야 하는지, 이 장편 대하소설은 어떤 배경과 시대정신과 작가정신이 구현된 도서인가를 말해주면, 그시절 학생들은 수긍하고 적극적으로 책을 구입해 읽었다. 학급 반장이 알아서 책을 읽겠다는 학생들을 조사하여 책값을 모아 단체로 책을 구입해 달라고 나한테 찾아오면 출판사에 얘기하여 도서 구입을 도와주곤 하였다. 하루는 수업 중이었는데 책을 싣고 온 트럭이 앞 운동장에 와 있는 것을 본 창가의 학생들이 “책 왔다!” 소리를 지르자, 모든 학생이 수업 중이었는데도 "와..." 외치며 운동장으로 달려간 적이 있었다. 서로 먼저 책을 받으려는 장면을 창가에서 내려다보며 얼마나 기뻐했던지! 책을 읽겠다는 아이들의 열망과 실천 의지를 확인한 감동의 순간이었다.
그시절 나는 해마다 학기초면 아이들에게 ‘꼭 읽어야 할 필독서’ 20여 권 이상을 선정하여 발표하였고 아이들은 기꺼이 즐겨 읽었다. 그리고 나는 그 책에 관하여 얘기하였고, 아이들은 책에 관하여 생각하고 느낀 것을 글로 적었다.
그중에는 ‘오래된 미래’ ‘작은 것이 아름답다’ ‘당신들의 천국’ ‘어린왕자’ ‘무소유’ ‘역사란 무엇인가’ ‘소유와 존재’ ‘떡갈나무 바라보기’ ‘코스모스’ '좁쌀 한 알' '간디의 물레' '녹색평론' '꽃들에게 희망을' '감시와 처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등등... 이 책들은 해마다 읽는 필독서가 되었다. 이 책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면 늘 설레고 기뻤다. 이렇게 책을 읽은 제자들을 훗날 만나노라면 이구동성으로 그 시절 독서체험이 지금도 자신들의 인식과 사유의 지평을 확장해 준 밑거름이 되었노라고 자랑하곤 한다.
(20231008, 오금동 우거에서 솔물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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