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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생각하기 위한 독서

장자의 ‘인간세(人間世)’에서 다시 길을 찾는다!

by 솔물새꽃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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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숲의 나무처럼 들풀처럼 절로 무위無爲의 生을 살 수 있다면 ... 삶은 얼마나 단순하고 순실하고 맑고 화목할까!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기준은 누가 만들어 놓은 족쇄인가!

세상은 ‘쓸모 있음의 쓸모’만 알고 ‘쓸모없음의 쓸모’는 모른다. <장자>의 ‘인간세(人間世)’를 읽으며 더 아름다운 길을 꿈꾼다!

 

장자에 "人皆知 有用之用 而 莫知無用之用也"(인개지 유용지용 이 막지무용지용야) 라는 구절이 있다.
간단히 직역하면 '사람은 모두 쓸모 있음의 쓸모만 알고 쓸모없음의 쓸모는 모르는구나' 라고 풀이 할 수 있다.

장자의 <장자(莊子)> 내편 ‘인간세(人間世)’에 나오는 구절인데, 불후의 경전인 <장자>의 이 대목을 읽으면

참으로 공평한 하늘의 뜻에 경의를 품는다.

 

무궁한 자연의 길 끝에 우리가 닿을 수 있으면 우리의 생은 얼마나 경건하고 숙연해질까!
무궁한 자연의 길 끝에 우리가 닿을 수 있으면 우리의 생은 얼마나 경건하고 숙연해질까!

 
우주 삼라만상 중에
인간처럼 쉽게 흔들리고 비틀거리고 넘어지기를 잘하는 변덕스러운 연약한 존재는 아마 없을 것이다.
단 하루만 마음을 경책하며 마음을 맑힐 글을 읽지 않고 묵상하지 않으면 
인간의 영혼은 황무지 난장판 소굴이 되고 만다.
미움, 시기, 증오, 원망, 불평, 근심, 걱정, 탐욕, 교만, 자랑, 비판, 열등감 등 온갖 어두운 생각이 무성한 
죄악의 놀이터가 되고 만다.
경전이나 잠언이나 시나 심미적 철학적인 관조의 글을 늘 가까이 하여
순수한 어린아이의 맑은 서정을 회복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춘추 전국시대라는 난세를 우여곡절 끝에 헤쳐나온 장자는

‘길 잃은 세상’을 사는 지혜로운 몇 가지 일화(우화)를 소개한다.

 
'쓸모없어' 오래 산 나무들 이야기와 아주 못생기고 '쓸모없어' 오히려 잘 사는 사람,
'지리소'와 광인 '접여' 이야기와 강자들만 쓸모있는 세상에서 죄없이 죽어가는 전과자,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대가 얼마나 형벌의 권세가 난무한 시대였는지,
당대가 얼마나 사람을 겉모습과 출생 신분만 보고 차별한 세상이었는지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사람을 저울질하는 눈금을 힘 있는 자가 맘대로 만들고,
알량한 학식이나 앎의 잣대로 사람을 폄하하고 천시하는 야박한 세상을 장자는 힐난한다.
장자는 당시 학식이 있다고 큰소리 치는 자들의 교만과 무례함을 비판하며 조소한 것이다.
 

인간이 만든 기준으로 숲의 나무를 평가하고 저울질한다면 숲은 어떻게 될까...!

그런데 이 난세의 세상에 쓸모없다고 차별받는 사람들이

오히려 인간 본래의 순수한 모습 그대로를 지키며 오래 잘살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재목감이 먼저 벌목당하듯 쓸모로만 판단하는 세상에서는
'쓸모 있는' 사람이 먼저 죽임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자는 ‘마음을 굶어(오상아吾喪我)’ ‘나’를 죽이고 '나'를 잊고 '나'를 버리며 살라고 주장한다.
마음을 비우고 '노니는 마음(유심遊心)'을 길러 세인의 눈에 쓸모없이 보여야
본래 인간의 모습대로 본래 성정을 지키며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난세를 사는 힘없는 자, 쓸모없는 자의 지혜요, 처세술이 아닐 수 없다.

쓸모없는 나무들이 숲을 지켜 제 목숨을 오래 누리고, 

못생긴 꼽추 지리소가 장수한 것처럼
세상에 쓸모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인간의 본래 순수한 모습대로, 

본연의 성정대로 남한테 해 끼치지 않고 잘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과연 오늘날 우리에게는 쓸모없는 구태의연한 잔소리일까!
 

자운영 연분홍 꽃바람이 온 들을 깨우고 살리는 거룩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안다면 세상은 평화의 물결 넘실거리리라!
자운영 연분홍 꽃바람이 온 들을 깨우고 살리는 거룩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안다면 세상은 평화의 물결 넘실거리리라!

 
자연의 마음이 사람의 마음이요, 자연의 길이나 사람의 길이 한결같다는
깊은 우의寓意를 보여주고 있는 예화임에 틀림없다.
산이나 들이나 숲의 생태계를 잠잠히 들여다 보아라,
등굽은 못생긴 나무들이나 자라다 만 앉은뱅이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이름도 없는 잡목(?)들이 그 숲의 생기를 지킨다.
상생공존하는 생태의 숭고한 가르침을 보여준다.
 
'나'만 잘 되려 기를 쓰고, 남이 잘 되는 것은 도저히 용납 못하는 사람들,
(만약 내가)
공생공존하는 생태의 섭리를 망각하고
막무가내로 살아온 사람들 축에 들었다면 이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일이다!
 

나는 이 짧은 문장의 울림을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 오직 하나뿐인 행성! 이 행성에서 찰나를 살다가는 인간의 유한함&#44; 그 유일한 존재의 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참살이가 아닐까...!
나는 이 짧은 문장의 울림을 도저히 간과할 수 없다! 오직 하나뿐인 행성! 이 행성에서 찰나를 살다가는 인간의 유한함, 그 유일한 존재의 진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참살이가 아닐까...!

 
<장자>의 ‘인간세’는 다시 
‘덕충부’(德充符, 본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외편 ‘산목(山木)’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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