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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67

공덕지용, 유황유홀 공덕지용孔德之容유황유홀唯恍唯惚  사람의 욕망으로만 북적거리는 도심은 이제 아예 자연自然이 없다. 스스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이루어진 자연의 동작이나 모습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뿐이다. 소위 무위자연은 그 어디서도 찾기 힘들다! 사람들이 입으로는 자연 자연 하지만 그 머릿속이나 가슴속 어디에도 자연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위기) 지방소멸 인구절벽 저출산 교육붕괴...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지구적인 낯설고 심히 두려운 난제와 징후들이 이 땅에 소멸해 가는 본래 ‘자연’과 어찌 무관하랴.우리 안에 '자연'이 사라져버린 일과 어찌 상관없으랴.  우리가 산에 올랐다고 강이나 바다를 여행했다고 녹지를 조성해 국적 불명의 나무와 화초를 심는다고 .. 2024. 5. 9.
아름답게 더 아름답게 살 수 있다면 아름답게 더 아름답게 살고파라- 김삼규  ...다시 살게 하는 노래가 되길 원하네아름답게 더 아름답게 살 수 있길 원하네...  길을 걸으며 하늘을 보아도 아름답게 하늘을 보며 멀고 먼 구원의 하늘을 꿈꾸어도 아름답게 아침에 눈을 뜨며 기도하여도 아름답게 저녁 잠자리에 누워 하루와 작별하여도 아름답게 호젓이 종일 산길을 걸어도 맑게 밝게 더 아름답게 오랜만에 그리운 벗을 만나 이야기를 하여도 아름답게 친구의 긴 사연을 고개 끄덕이며 들어줄 때도 아름답게  누구를 늘 축복하고 기도하여도 더 아름답게 노을 물든 모슬포 해변을 걸을 때도 외롭지 않게 아름답게 은빛 윤슬 잠방거리는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볼 때도 아름답게  상수리나무숲 그늘에 앉아 새들의 노래를 들을 때도 아름답게 물소리 흐르는 산길을 걸을 때는.. 2024. 5. 2.
배꽃이 필 때면 배꽃이 필 때면 유방백세流芳百世, 유방만세流芳萬世라는 말을 다 아시리라. 향기로운 이름은 길이길이 오래오래 흐른다는 말일 것인데, 화향백리花香百里, 인향백리人香萬里라는 말도 슬며시 떠오른다. 자연의 길이 사람의 길이요 사람의 길이 자연의 길일 것인데 자연의 마음이나 사람의 마음이나 그 지향이 한결같을 것인데 꽃처럼 물처럼 솔처럼 새처럼 사람의 마음이 자연의 마음으로 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의 향기가 물소리 새소리 꽃향기처럼 온 누리에 퍼져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4월, 배꽃이 필 때면 여전히 내 맘을 흐르는 배꽃 향기에 취해 봄의 강을 비틀거리며 건넌다. 사방에 봄이 자욱이 흐르는 4월이 오면 심한 차멀미 아지랑이 피어났던 구불구불한 남도 배꽃 길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영산강을 건.. 2024. 4. 19.
상춘지락, 남도의 봄을 소요유하다! 상춘지락賞春至樂, 남도의 봄을 소요유逍遙遊하다!만물이 준동하는 봄날, 남도의 산하를 누빌 때면 나의 가슴에도 봄이 피어난다! 내 안에서 새록새록 피어나는 말들, 생각들, 만상의 이름들, 동서고금 불후의 고전을 읽고 난 기억들도 나의 마음에서 봄처럼 새움이 난다! 참, 고마운 이 개념어들이 연달아 나의 상춘지락의 흥을 부추긴다. 이 말들은 한 발 한 발 봄의 산하를 건널 때마다 봄의 산등성이를 넘을 때마다 마음의 노래가 되어주었고, 나의 푸근한 지향이 되었으며, 내 영혼의 노을빛 시가 되어주기도 하였다. 길을 걷는 내내 나의 저류를 흐르는 이 말(개념)들은 나의 길을 옹위해 주었다. 워낙 우매하고 단순한 위인인지라, 또한 연약하고 미욱한 존재인지라, 이 말들의 아우라를 붙잡고 늘 한평생 살고 싶었을 뿐이다.. 2024.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