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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쓰기

금남로의 오월은 여전히 흐느끼고 있다!

by 솔물새꽃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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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는 곳은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물이 흐르는 데는 길도 간다, 길도 흐른다,
물이 흐르는 곳은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물이 흐르는 데는 길도 간다, 길도 흐른다,

물은 흐르면서 흐르면서 강으로 모여 흐르면서 큰 강으로 흐른다, 더 큰 강이 되고 우리의 삶이 되고 역사가 되며 끝내 신화의 긴 서사敍事의 강으로 흐른다.

 

물은 흐르면서 깊고 품 넓은 강을 이루어 이 땅의 목숨들에게 숨결이 되고 피의 박동이 된다, 시대의 기록이 되고 청사靑史가 되어 바다에 하늘에 닿는다, 그 장구한 길에 흙을 살리고 흙에 뿌리박고 사는 만민을 살린다, 억조창생億兆蒼生의 혼을 들이고 눈빛 찬란한 텃밭을 일군다, 광야에 들풀을 키우고 소나무와 버드나무와 쥐똥나무의 나이테를 더해간다,
 
물이 흐르는 곳은  물만 흐르는 것이 아니다, 물이 흐르는 데는 길도 간다, 길도 흐른다, 아니 물은 길을 내어 이 땅의 만 백성을 부른다, 길이 나면 그 길로 그 길로 수많은 눈빛의 행렬이 이어지고, 강과 길은 길과 강은 한 시대가 되고 장대한 역사의 서사를 쓰기 시작한다, 신화 창조의 길을 연다,
 
그러므로 '물길'이라 하였다, 이 땅에 물길이 열린 것이다,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담대하고 장구하며 유려한 강의 길 길의 강이 열린 것이다, 시대와 정신을 가르치고 살찌우는 물의 길이 열려 신화의 꽃은 온 땅에 만개한다, 강이 되고 길이 되어 연약하고 순결한 백성을 인도하는 것이다, 한 줌의 물이 그 시원을 나서면 이골저골 물과 손을 잡고 노래하고 춤을 추며 신명 나는 한 세상 민초의 가슴에 들풀의 뿌리에 깃드는 것이다,

 

흙을 살리고 흙에 뿌리 박고 사는 만민을 살린다, 민초의 혼을 들이고 눈빛 찬란한 텃밭을 일군다,
흙을 살리고 흙에 뿌리 박고 사는 만민을 살린다, 민초의 혼을 들이고 눈빛 찬란한 텃밭을 일군다,

어제의 오늘은 다시 오늘의 강으로 흐른다, 오늘을 맑히며 깊히며 넓히며 흐른다, 한강을 보라, 영산강을 보라, 백마강을 보라, 낮고 낮은 데로만 흐르고 흐르는 남녘의 탐진강을 보라,

그 근원은 작지만 그 시원의 울림은 미미하지만 끝끝내 포기하지 않은 물의 지향을 보라, 끈질기게 은근하게 은은하게 품 넓고 깊은 가슴으로 만민을 다 살리고 온 들의 들풀을 키워낸 저 도도한 물길의 흐름을 보라, 저 장대한 강물을 보라, 바다에 다 와 가는 강의 길을 보라, 흐르고 흐르면서 세상을 밝히고 인정을 맑히며 흙의 목숨들 다 안아 살려낸 강의 눈물 강의 가슴을 보라,
 
그리할지라도, 다시 그리할지라도, 아직 오지 않은 오월을 보라, 오월은 살아있다! 오월은 눈 벌겋게 뜨고 바라보고 있다, 종달새의 오월, 모란의 오월은 사방에서 땅에서 하늘에서 숲에서 길에서 강에서 기다리고 있다, 오월은 보고 있다, 오월은 오려한다, 우리의 오월이 우리의 품으로 우리의 가슴으로 안기려 한다, 우리의 노래가 되고 우리의 꿈이 되어 우리와 춤추려 한다,
 
오월이 오고 있다, 오월이 우리를 보고 있다, 오월이 우리를 찾는다, 우리를 부른다, 오월의 가슴이 뜨겁고 서러운 오월의 눈물이 고이고이 잠들 수 있도록 오월을 기다리자, 오월의 함성, 오월의 절규, 오월의 붉은 피의 눈물을 기억하자, 우리의 몫은 기억하는 일뿐이다, 기억하는 것만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만이 오월의 한을 풀 수 있다, 그리하여 오월이 이 땅 산 자들의 가슴에 깃드는 것만이 오월을 지켜내는 일이다, 오월이 오고 있다, 정녕코 오월이 올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가슴과 가슴을 합해 오월을 기다리자, 오월을 기억하자! 오월의 하늘에 오월의 노래 흐르게 하자!
 

황토의 가슴에서 끝내 살아온 들꽃처럼 오월은 빛고을 광주의 오월은 꽃피어나고 싶다!
황토의 가슴에서 끝내 살아온 들꽃처럼 오월은 빛고을 광주의 오월은 꽃피어나고 싶다!

5월, 광주의 오월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먼저 온 오월이 울고 있다, 오월의 하늘이 흐느끼고 있다, 빛고을 광주의 오월이 지금 울고 있다,

오월의 광주는 여전히 울고 있다, 지금 광주의 하늘에 눈물꽃이 눈물꽃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지금 광주는 비가 내리고 있다, 오월의 하늘에 오월의 비가 내리고 있다, 그날의 오월이 울고 있다,  그날의 오월이 여전히 흐느끼고 있다, 그날, 그날, 오월의 그날을 기억하자, 잊지 않고 기억하는 일만이 역사의 강물 맑히는 일이다, 밝히는 일이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눈물 한 줌 뿌리고 가자, 5월, 광주의 오월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눈물 한톨 뿌리고 가자, 5월, 광주의 오월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눈물 한톨 뿌리고 가자, 5월, 광주의 오월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흐느끼는 오월 – 김삼규

 
오월은 왜 이리 슬픈가
오월의 뻐꾹새 울음은 왜 저리 애달픈가
 
오월이
뜨겁다
오월이
무덥다
눈물에 젖어
눈물에 젖어
오월이
더욱 무겁다
오월이
분함에 젖어
더욱 가슴 터진다
 
오월의 연두빛 가슴을
오월의 봄의 햇살을 
짓밟던 저 시커먼 무리들
왜 우리의 오월을
빼앗으려 했는가
 
빛나는 봄햇살을
우리의 오월을
왜 빼앗으려 했는가
 
오월이 쫓기고 있다
오월이 비틀거리고 있다
우리의
오월이
여전히 흐느끼고 있다

 

20230518, 솔물새꽃의 오금동일기에서